공장에서 배운 침묵의 리더십
공장은 늘 시끄러운 곳이다.
재봉틀이 돌아가는 소리, 사람들의 목소리, 철판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휘갑치기가 원단을 물고 톱니바퀴 위에서 달리는 소리까지. 하루 종일 수많은 소리들이 공기를 채운다.
그 소리들은 공장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공장이 조용해진다.
그날도 그랬다.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다.
누군가는 기대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불만을 숨기지 않았고,
또 누군가는 그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 뭐라고 말할까.”
하지만 나는 그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작업라인을 한 바퀴 돌았다.
재봉틀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 아이롱 테이블에 서 있는 사람들, QC 라인에서 옷을 넘겨보는 사람들.
그들의 손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지만, 시선은 자꾸 나에게로 돌아왔다.
나는 그저 고개만 한 번 끄덕였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어쩌면 사람들은 내가 무언가를 말해 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설명이라도, 지시라도, 아니면 설득이라도.
하지만 그날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말은 이미 충분히 했기 때문이다.
어떤 순간에는 말이 상황을 정리하지 못한다.
오히려 더 많은 말을 할수록 공기가 더 무거워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침묵이 더 정확한 대답이 된다.
나는 그날 그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리더라는 자리는 항상 말을 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문제가 생기면 설명해야 하고, 갈등이 생기면 설득해야 하고, 상황이 꼬이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공장에서 배운 한 가지가 있다.
리더십은 언제나 말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때로는 침묵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이 떠난 뒤에도 공장은 돌아간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다시 재봉틀을 밟고, 원단을 옮기고, 아이롱을 잡는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 소리가 다시 공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공장은 말로 움직이는 곳이 아니라
사람으로 움직이는 곳이라는 것을.
그리고 리더의 역할은
사람들을 억지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침묵 이후에 공장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글을 쓰며 떠오른 생각을
블로그에 조금 더 정리해 두었습니다.
� 쉼표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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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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