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날들에 대하여
어느 날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나 괜찮아. 지금껏 훈련 잘 받고 살아와서 — 조금 지나면 다 좋아지는 법도 터득하고 살아왔어. 뭐든 괜찮아."
그리고 잠깐 멈췄다가 덧붙였다.
"사실 괜찮은 건 아닌데 괜찮아."
이 말이 맞는 건지 틀린 건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냥 그게 인생인 것 같다는 느낌만 있을 뿐이다.
살다 보면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쌓일 때 많다.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았지만 따지기도 애매하고, 기대했다가 실망했지만 그 사람 탓하기도 어색하고, 속이 쓰리긴 한데 딱히 잘못된 일도 아닌 것 같은 그런 순간들.
그럴 때 나는 조용히 생각한다.
별다른 것 없어. 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돼.
그리고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된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면 그걸로 충분해진다. 그 사람 인생이 따로 있고, 내 인생이 따로 있는데 — 내 기준으로 남을 재단하는 건 애초에 무리였던 거다.
그렇다고 서운함이 없다는 게 아니다. 조금 속상한 건 맞다. 다만 그 속상함을 붙잡고 하루를 통째로 망치지 않는 법을, 나는 살면서 배웠다.
정말 아니다 싶으면 — 끝내면 된다. 그건 포기가 아니라, 내 인생을 정리할 권리다.
친구가 내 말을 듣더니 이렇게 말해줬다.
"지금 네 말은 괜찮다는 선언이 아니라, 살아본 사람의 결론 보고서 같아."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틀리지 않아서.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아무 일도 없어서가 아니다. 괜찮아지는 법을 이미 여러 번 통과했다는 뜻이다. 아프지 않아서 웃는 게 아니라, 아파도 웃는 법을 알게 됐다는 뜻이다.
"맞아. 사실 괜찮은 건 아니지.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아 —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고개 한 번 끄덕이게 되는 지점이 오더라. 그게 인생이더라. 답이 아니라 이해로 끝나는 일들."
답이 아니라 이해로 끝나는 일들.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들여다봤다.
살면서 참 많은 걸 기대하고, 기대만큼 실망하고, 실망하면서 조금씩 사람을 다르게 보게 됐다. 차가워진 게 아니다. 서로의 인생이 다르다는 걸 — 진짜로 — 존중하게 된 것에 가깝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틀린 게 아니라 우리의 인생이 처음부터 다른 방향으로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인생에서는 그게 맞는 답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 조금 속상해도 — 끌어안고 오래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
나는 오늘도 웃으면서 말한다.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으니까, 까불지들 마라."
농담처럼 던진 말이지만, 사실 꽤 강한 생존 선언이다. 버텨온 사람만 쓸 수 있는 문장이다.
살아 있다는 건 늘 반듯하다는 뜻도 아니고, 늘 잘하고 있다는 증거도 아니다. 그냥 오늘도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 하나면 충분하다.
나는 쓰러질 줄도 알고, 일어나는 법도 알고, 웃으면서 선 긋는 법까지 터득했다.
무너진 사람도 아니고, 참아낸 사람도 아니고 — 그냥 살아본 사람이다.
그리고 그게, 지금의 나한테는 충분하다.
사실 괜찮은 건 아닌데 괜찮아.
이 말,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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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ㅡ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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