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사회 기준은 '공정성'과 '균등성'의 확보
한국 부패인식지수 180개국 중 33위
각국의 정치인이나 공무원의 부패 조장에 대한 인식을 평가하는 국제투명성기구(TI)가 있다. 이 비정부기구(NGO)가 2020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조사하여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180개국 중에서 33위를 차지해 전년 대비 6단계가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는 37개국 중에서는 23위를 기록한 것이다.
CPI 1위는 덴마크와 뉴질랜드가 공동으로 차지했으며 핀란드, 싱가포르, 스웨덴, 스위스가 공동 3위에 올랐다. 전반적으로 CPI의 상위권에 드는 국가들은 선진성을 기반으로 행복지수가 높다.
한국도 매년 CPI가 상승추세에 있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다. 부패인식지수는 어떻게 보면 선진사회의 핵심가치인 ‘공정 평등성’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부패가 없는 공정사회는 법과 원칙이 통하고, 약자를 배려하고,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는 사회를 일컬을 것이다. 지금 공정과 평등은 한국사회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기본가치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곳곳에 뿌리 박힌 부당한 종속관계와 기회 독점은 공정치 못한 사회를 상징하고 있다.
한국과 같이 전통적으로 수직적인 사회 구도에서 겉으로는 개방된 모습 같지만 내면적으로는 폐쇄적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정한 사회가치체계 정착이 긴요
그러다 보니 소통과 화합보다는 차별과 불신이 팽배해 있으며 대립과 갈등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분명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는 굴절된 과거로부터 탈피해 균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또 부와 권력에 의해 인간의 가치가 재단되는 폐습을 척결하는 데서 시작된다.
무엇보다 사회문화체계에서 공정성과 평등성이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사회의 기준은 얼마나 공정성과 균등성이 담보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일찍부터 선진국에서는 공정한 국가의 이념을 사회문화적 운동이나 정치 제도적 장치를 통해 실현해왔다.
곧 기회 편향의 철폐, 사회적 소외 해소, 경제적 격차의 해결, 합당한 삶의 가치 향유, 사회적 소통과 포용 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쩌면 정의로운 사회의 추구는 인류 역사와 함께 비롯된다. 그래서 많은 사상가나 철학자들이 공정사회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논담을 펼쳤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에 따르면 '가진 게 가장 적은 사회'(minimal state)가 이상적으로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그러다 '물질이 풍요해지고 정치세력이 형성되는 사회'(luxurious state)가 되면 오히려 사회가 불공정·불평등해졌다.
다시 말해 부정과 부조리에 의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시작되고 공정은 희박해지게 됐다. 선진국가가 수백 년에 걸쳐 사회 정의의 가치를 축적해온 반면에 한국사회는 그렇지 못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척박했던 땅에서 압축성장을 통해 경이로운 경제부흥을 이루면서 불공정한 사회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끝없는 질문...‘정의란 무엇인가?’
이제 진정한 선진국가가 되려면 물질적 풍요에 걸맞은 정신문화적 바탕을 튼실하게 가꾸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성장이 낳은 물질 숭배주의와 사회발전에 따른 정치 만능주의를 혁파해야 한다.
이 시대적 병폐를 치유하지 않고 아무리 구호를 외친 들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는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인류가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공정한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를 의미한다. 마이클 센델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썼다.
여기에서 그는 정의를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어떤 가치에 앞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것, 미덕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제 모두가 희구하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의 가치는 단순한 수사나 언담으로만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바로 한국사회 모든 부문에 공정사회의 가치가 녹아들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정의가 보장되고 형평성과 공정성이 확보된 진정한 선진 국가와 일류 국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