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언어소통은 문명의 발전을 의미
현재 활용되는 영어 어휘 50만 개
흔히 영어는 쉽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굳이 어려운 어휘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의사소통만 되면 된다. 하지만 고급스런 어휘를 구사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의 지적 수준을 나타내 준다.
곧 한 사람이 구사하는 어휘 정도는 바로 그 사람의 지식의 힘(知力)이며, 지혜의 파워(智力), 곧 사물을 헤아리는 능력을 보여준다.
인류 정신문화의 진화는 언어의 발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영어의 단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은 문화, 학문, 과학이 그만큼 엄청나게 진보했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인간의 언어소통은 곧 문명의 발전과 같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서기 1000년까지 영어의 단어는 대략 4만 개였다. 그러나 지금은 영어 어휘가 50만 개를 넘어섰다.
매 세기마다 평균 4만 6000개의 단어가 늘어났다는 계산이다. 지금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새로운 단어들이 속속 등재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셰익스피어 시대에 세계 영어인구는 500~700만 명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엘리자베드 여왕 1세 집정 시기(1603년)에서 엘리자베드 여왕 2세 시대(1952년)에 이르러서는 영어인구가 거의 50배 증가하여 2억 5000만 명이 되었다.
그것이 지금 글로벌 시대에 들어 지구상의 수십억 명이 영어를 쓰고 있다.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성장해온 영어는 21세기 들어서면서 세계적으로 영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되었다.
그래서 사회문화적으로 'Great English Divide'(영어 대격차)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한국에서도 영어의 실력 차이가 바로 사회적 지위 격차로 이어져 사회가 ‘영어 잘 하는 계층’과 ‘영어를 못하는 계층’으로 나뉘는 분위기도 있다.
바이링걸 언어능력은 경쟁력 척도
잉글리시 디바이드라는 말은 미국의 경제지 《비즈니스 위크》가 2001년 8월호에서 처음 썼다.
이제는 영어를 모국어나 공용어로 쓰는 나라를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에 대해 영어와 관련해 사회적 위상을 나타내는 잣대가 되었다.
오히려 잉글리시 디바이드는 컴퓨터 능력을 가르키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나 학력 차이를 일컫는 '아카데믹 디바이드'(Academic Divide)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 있다.
파벌이 극심한 한국사회에서도 글로벌 시대에 학연·지연·혈연에 의존하지 않고 영어 능력만 있으면 자신 있게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이미 우리 사회 직장인의 77%가 잉글리시 디바이드를 실감하고 있다.
그들은 영어 구사 능력이 취업, 승진, 연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우리 사회는 영어를 할 수 있는 한국인과 그렇지 못한 한국인으로 두 그룹의 한국인이 존재할 지도 모른다.
대학교에서도 영어강의가 20~30%에 달하고, 영어강의를 하지 못하면 아예 교수로 채용하지 않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어와 국어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바이링걸'(bilingual) 인재를 선호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영어가 중요시 되고 있어도 우리말을 제대로 품격 있게 할 수 없으면 외국어를 잘하는 의미가 별로 없다.
국어의 어휘를 폭넓게 구사할 수 없고,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없으면서 영어를 원어민처럼 한다 손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원어민 국가로 이민가 거기에서 정착해 산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사회에 살면서 영어를 경쟁력으로 삼으려 한다면 국어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우리말부터 제대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