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요람, 성운
1월의 헬스장은 늘 붐빈다. 새해를 다짐하며 다이어리 첫 페이지에 '살 빼기', '멋진 몸만들기', '올해는 건강하게!' 등을 적어 내리는 사람들은 늘 많은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사람이 많아져 운동하기 불편하다며 눈살을 찌푸리지만, 나는 1월의 헬스장이 재미있기만 하다. 새로 등록한 수많은 회원들이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지켜보는 것이 꽤나 흥미롭다. 1월에만 잠깐 얼굴을 비추고 2월부터는 자취를 감추는 사람들도, 여름까지 버티며 조금씩 나아지는 몸을 비추는 사람들도, 운동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려 나보다도 더 크고 좋은 몸을 가진 뒤 어느새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귀감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 올해는 어떤 사람들이 태어날까. 매년 1월의 헬스장은 늘 기대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1월의 헬스장은 별들의 요람인 성운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성운은 텅 빈 우주 공간 속 가스와 먼지의 밀도가 높은 공간을 칭한다. 이곳에서 별들이 태어난다. 수많은 별들이 태어나지만 그들의 성장과 말로는 제각기 다르다. 무겁고 거대한 별이 태어나 주변에 큰 영향을 주며 밝은 빛을 낼 수도 있는 법이고, 가벼운 별이 되어 천천히 성장하는 별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쉽게도 별이 되지 못하고 차갑게 식어가는 천체도 있다.
큰 결심을 하고 헬스장에 등록했지만 운동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결국 다음을 기약하는 사람들은 갈색왜성에 비유하고 싶다. 갈색왜성은 별이 되지 못하고 결국 우주 공간 속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천체다. 성운에서 별이 태어나기 위해선 충분한 양의 먼지가 필요하다. 별이라는 아궁이는 아주 높은 온도를 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양의 먼지가 뭉쳐 덩어리가 되고 나면 내부 온도가 높아져 핵융합을 시작하게 되는데, 우리는 비로소 그 천체를 별이라 칭한다. 하지만 별이 될 만큼의 충분한 먼지가 뭉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아궁이의 불이 오래가지 못하고 차갑게 식어간다. 그러한 천체가 갈색왜성이다. 다만 우주의 갈색왜성과 헬스장의 갈색왜성 간에는 큰 차이점이 한 가지 있다. 갈색왜성의 아궁이에 불이 다시 붙기는 쉽지 않지만, 헬스장의 갈색왜성들은 언제든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는 것. 언제든 그들의 아궁이에 다시 불이 붙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꽤나 많은 사람들은 여름이 되어서까지도 헬스장에 남아 운동을 지속한다. 원래 어떤 운동이든지 즉각적인 결과를 얻기는 쉽지 않지만, 헬스라는 운동은 더욱이 그렇다. 따라서 여름까지 멋진 몸을 갖기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들, 조금씩 변하는 몸을 보며 힘을 얻는 사람들은 가벼운 별과도 같다. 충분한 양의 먼지가 뭉쳐 핵융합을 하기까지의 힘겨운 과정을 지나 비로소 별이 되고, 빛을 낸다. 그렇게 꾸준히 오랜 시간 빛을 내며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 핵융합을 마치고 난 뒤의 가벼운 별은 예쁜 꽃봉오리 같은 행성상성운이 되어 아름다운 빛깔을 뽐내는 또 다른 천체로 거듭난다. 우리 곁의 태양도 가벼운 별에 속한다. 여름까지 버티며 운동하는 사람들은 결국엔 본인이 목표하는 바를 행성상성운처럼 꽃 피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말 드물게, 헬스장엔 괴물 같은 사람들도 존재한다. 타고난 골격과 근력으로 초보자 시절부터 놀랄만한 무게를 들어 올리는 사람들 말이다. 잠재된 능력을 알아채고 운동에 흥미까지 붙이게 된 이들은 마치 내리막길을 굴러가는 눈덩이와도 같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금방 좋은 몸을 갖게 된다. 이들은 무거운 별에 비유하고 싶다. 수많은 원판이 끼워진 무거운 바벨을 들며 순식간에 성장하는 몸처럼, 많은 성운들이 뭉친 무거운 덩어리는 빠르게 온도가 높아지고 핵융합도 빠르게 일어난다. 그리고 가벼운 별보다 훨씬 빠른 시간 안에 그 끝에 도달하게 된다. 무거운 별의 최후는 폭발이다. 우리는 그 폭발을 초신성이라 부른다. 초신성은 수천억 개의 별이 모여 회전하는 은하 1개의 밝기에 맞먹는 밝기를 뽐내며 이목을 끈다. 게다가 초신성 폭발로 인해 생겨나는 원소들은 또 다른 별들의 탄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헬스장의 무거운 별들은 그리 머지않아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끄는 멋진 몸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이고, 수많은 이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헬스인으로 자리 잡는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헬스장에서도 수많은 별들이 태어나고 있는 것만 같다. 2024년의 절반이 지난 지금, 올해 헬스장에는 어떤 별들이 태어났을까. 내일은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며 올해의 별들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