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책을 읽는다. 도서관에 가면 공부도 더 잘된다. 나를 둘러싼 책의 숨결을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중에서도 내가 애용하는 도서관 하나가 있다. 그 도서관을 '최애 도서관'이라고 부르겠다. 최애 도서관까지 지하철로 가면 30분에서 50분이 걸린다. 날마다 들쭉날쭉이라 어쩔 때는 운영 시간 30분 전에 도착하기도, 5분이 지나서 도착하기도 한다. 게다가 두 번이나 환승해야 한다.도서관까지 가기가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로 그 도서관에서 살았을 것이다.
저번 일요일, 교통수단을 바꿔보기로 했다.
자전거로!
나한테는 벚꽃 나들이에 정말 잘 어울리는 자전거가 있다. 은은한 분홍색에 바구니까지 달려서 친구들은 자전거를 볼 때마다 '감성 있다'라고 말한다. 그 앞바구니가 꽃으로 가득 차 있거나, 안에 공주님 같은 강아지가 앉아있다면 좋았겠지만, 내 바구니에 들어가게 된 건 회색 겉 옷이었다. 예쁜 분홍색 자전거와 칙칙한 회색 후드집업. 웃긴 조합이다. 원래는 가방을 넣으려고 했는데, 내 욕심 때문에 빵빵해진 가방은 아무리 욱여넣어봐도 들어가지 않는다. 문제집과 책 다섯 권을 넣었다. 물론 그 많은 책을 하루 만에 다 읽을 수는 없지만, 때때마다, 기분에 따라서 읽고 싶은 책이 다르니 방도가 없다.
자전거로 도서관까지는 45분이 걸린다. 사실 자전거를 이렇게 오랫동안 타 본 적은 초등학생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길어봤자 집에서 학원까지 800m만 다녔는데, 한강을 따라 50분 동안 7km나 자전거로 달려야 하니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게다가 나는 페달을 느리게 밟으며 주변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같이 가기로 한 사람이 있었다. 아빠와 동생. 동생은 중학생인데 어찌나 에너지가 넘치는지, 나는 물론이고 아빠를 제쳐서 가기도 한다. 가끔가다 셋이서 한강에 가면 아빠와 동생은 저 멀리 쌩쌩 앞서나간다. 나는 한참 뒤에서 헉헉거리고.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반복될까 봐 약간 겁이 났다. 하지만 도서관 개관 시간은 9시였고, 우리는 8시 10분에 출발했기 때문에 빨리 가지 않으면 도서관 자리를 놓칠 수도 있었다. '힘을 내자!'
아니나 다를까, 아빠와 동생은 아주 빨랐다.
하지만 나도 뒤쳐지지는 않았다!
열심히 발을 굴리고 굴려 결국 따라잡았고, 감도 잡아 신나게 달렸다. 바람 사이로 이리저리 달렸다. 자전거는 덜컹덜컹 나만큼 힘들어했지만, 시원한 바람과 바람에 실려온 풀내음이 느껴져 싫지만은 않았겠지. 내리막길에서는 "워후~"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자전거도 나를 따라 끼릭끼릭 소리를 냈다.
어느새 도서관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도착해 기분이 좋았다. 함박웃음을 지었다. 자전거를 타는 게 이렇게 행복하고 신나는 일인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자전거를 많이 탔을 텐데. 더군다나 그날 도서관에서 수학 문제를 정말 빨리 풀었다. 50문제를 2시간 안에! 굉장한 일이었다. 역시나 자전거 덕분이었을까. 상쾌하게 몸을 풀어서 머리도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었나 보다. 도서관에서 먼저 문제집을 풀고 점심을 먹은 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게 내 습관이었는데, 그날은 유난히 빨리 점심을 먹었다. 책도 많이 읽었고.
최애 도서관에는 앉아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스무 개가 넘는데도 오픈 시작 후 5분이면 남아나는 자리가 없을 정도이다. 이런 인기에는 이유가 있는 법. 벽에 붙어있는 긴 책상 밑으로는 가방을 수납할 수 있는 작은 턱과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콘센트가 있다. 자리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면 투명한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나무.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바다 약간 연둣빛이 되었다가, 구름에 태양이 가려지면 진한 녹빛으로 돌아온다. 가끔 바람이 불어오면 그에 맞추어 리듬을 타며 춤을 추기도 한다. 책을 읽다가도 고개를 살짝 들면 춤추는 나무들에 매혹되어 오랫동안, 하염없이 바라보게 된다. 저 나무들은 도서관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나뭇가지는 책을 읽고 싶어서 뻗어 나온 걸까, 하면서.
5시. 도서관이 내일을 위해 문을 닫는 시간에 아빠가 데리러 왔다. 동생은 힘들어서 집에서 낮잠을 잤다고 했다. 그럴 만도 했다, 그렇게 페달을 빨리 굴렸으니. 내가 쓰러져 자지 않은 건 '도서관'이라는 공간의 은혜 때문이었다.
동생이 없어서인지, 돌아가는 길은 조금 더 느긋했다. 오는 길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로 가득했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과 하천, 편히 쉬는 느티나무, 다리 밑을 여유로이 날아가는 아주 크고 하얀 새, 날개가 꽃잎과도 닮은 배추흰나비가 시야에 들어왔다. 한강공원은 이런 아름다운 존재로 가득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강물을 어루만지는 햇빛이, 왼쪽으로 돌리면 여름을 머금어 싱그러운 나무와 들풀이 눈을 행복하게 해 주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는 나에게 '잘 가, 다음에 또 와!' 하고 인사했다. 나도 눈웃음을 살짝 지어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