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물은 주지 않았다

하지 않기로 한 선택 그게 회복이었다

by 후루꾸

오늘도 물은 주지 않았다.

흙을 만져봤다.

겉보기엔 마른 것 같았지만 손끝으로 느껴지는 건 충분한 물기였다.


이전 같았으면 그냥 물을 줬을지도 모른다.

괜히 불안해서 혹시나 싶어서.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불안은 식물을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한 거라는 걸.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무기력해질까봐

돌보는 척이라도 해야 살아있는 기분이 들 것 같아서

나는 자주 무리해서 손을 뻗곤 했다.


오늘은 뻗지 않았다.

생각은 여러 번 뻗었지만 손은 멈췄다.

그게 내가 배운 돌봄이었다.


식물은 가끔 방치와 배려의 경계에서 자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오늘 하지 않기로 했다.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기로 한 선택이었다.

그걸 배운 데까지 반년이 걸렸다.

식물을 들인 지 6개월째.


이 아이들은 여전히 살아 있고

나는 여전히 도박을 하지 않았다.

완전히 끊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매일 생각은 한다.


오늘도 한 번쯤은 그 생각이 스쳐 갔다.

하지만 어플은 켜지지 않았다. 손이 멈췄기 때문이다.

손이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행동하지 않은 충동은 그냥 지나간 감정일 뿐이다.

물도 충동적으로 주면 안 되고

감정도 충동적으로 따르지 않아야 한다.


오늘의 나는 그걸 알았고 그래서 물을 주지 않았다.

대단한 결심도 아니고 극적인 변화도 아니었다.

그냥 아주 작은 선택 조용한 멈춤이었다.


나는 지금도 불안하다.

이 아이가 시들면 어떡하지

내가 또 무너질까봐 무섭다.


하지만 매일 그런 마음을 안고도 물을 주지 않는 날들이 늘어난다.

그건 회복의 형태다.

조급하지 않게 너무 사랑하지 않게

기다리는 연습.


오늘도

나는 이 아이 앞에 앉아

물은 주지 않았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는

한 번쯤은 괜찮다고

작은 물 한 모금을 건넸다.


식물은 아직 자라고 있고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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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식물 : 리톱스


오늘로서 죽고싶은날 화분 하나를 삿다. 는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다른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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