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가르쳐준 조용한 회복의 시간
식물을 들인 이후
나는 하루에 한 번쯤은 손을 멈추는 연습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식물을 본다.
아무 변화가 없어도
그대로를 보기먼 한다는 게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다.
늘 뭔가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박은 손이 멈추는 순간 끝이었다.
배당을 놓치고, 타이밍을 놓치고,
그러면 손해였다.
항상 움직이고 눌러야 했다.
고르고 결과를 기다리는 사이클.
정지라는 건 공포였다.
머물러 있으면 손해라 생각했다.
쉬는 건 낭비였고
멈추는 건 패배였다.
늘 무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살았다.
조용함은 불안했고 멈춤은 실패처럼 느껴졌다.
식물은 그 반대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할 때가 있었다.
물을 너무 자주 주면 썩고
햇빛을 너무 오래 주면 타고
사랑을 너무 많이 줘도 망가졌다.
그래서 멈추는 법을 배워야 했다.
내가 뭘 하지 않는 게
얘한테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가끔은 그냥 가만히 있어주는 게 최선이라는 걸.
그게 이상하게 울컥하게 했다.
나는 늘 뭘 더 해야 괜찮은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계속 뭔가를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이 아닌 줄 알았다.
더 뭘 하지 않아도 그냥 존재로 괜찮을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식물한테 배웠다.
그얘는 내가 멈춰줄 때 더 잘 살았다.
움직이지 않아야 할 순간들이 있다는 걸
식물은 조용히 알려줬다.
하루에 몇 초라도
물 안 주고 만지지 않고
그냥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
그게 식물한테도 나한테도 좋다는 걸 이제야 안다.
그 몇 초는 하루에서 제일 조용한 시간이었다.
살아있다는 감각이 고요하게 흘러드는 시간.
세상에서 제일 조용한 생명이 내게 알려준 건
조용한 시간 속에서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거였다.
손을 멈추는 연습을 하다 보면
생각도 멈추게 된다.
모든 잡념들이 식물 앞에선 어쩐지 다 조용해졌다.
그냥 지금 살아 있는 게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요즘은 그 조용함이 좋다.
소음보다 속삭임이 편하다.
욕망보다 존재가 편하다.
목표보다 숨 쉬는 게 먼저다.
나는 그 조용한 존재 앞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걸 할 수 있게 된 내가
조금은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조용히 아무것도 하지 않기.
제일 쉬우면서도 제일 어렵다.
오늘의 식물 : 거미고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