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져도 다시 피어나는 걸 보며, 나도 살아간다
새로 들인 싱고니움이 자리를 잡아가는 걸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얘네 죽으면 다시 해야지.
예전 같으면 ‘죽으면 말고’였고
‘망하면 끝’이었다.
한 번 틀어지면 걷잡을 수 없이 망가졌고
그게 그냥 내 패턴이었다.
화분 하나가 잘 안 되면 다른 화분들까지 무너졌고
식물이 시들면 방 청소도 멈췄고
결국 도박도 다시 시작했다.
근데 이젠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죽으면 다시 하면 되지.
실패했어도 다시 시작하면 되지.
그런 생각이 아주 가끔 조용히 들기 시작했다.
이게 큰 변화는 아닐지도 모른다.
여전히 매일 불안하고
하루라도 물 안 주면 괜히 미안하고
잎 끝이 마르면 내가 뭘 잘못했나 자책도 한다.
밤에 불 끄고 누웠을 때
싱고니움의 줄기 끝이 축 처진 걸 떠올리며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건 아닌지 생각한다.
그러고 나면 새벽에 일어나서 다시 화분을 들여다보게 된다.
하지만 달라진 건 예전 같았으면 벌써 다 부쉈을 거라는 거다.
화분도, 흙도, 내 방도.
그런데 이번엔 남겨두고 생각한다.
‘다음엔 이렇게 해보자.’
‘이건 과습이었구나.’
‘햇빛을 조금만 더 줘볼까?’
문제점을 분석하고
다음을 계획하고 있는 내가 좀 낯설었다.
배팅할 땐 결과만 봤는데
식물은 과정을 보게 했다.
잎이 죽는 이유, 뿌리가 썩는 원인,
내가 뭘 잘못했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얘네가 다 죽으면 어떡하지?
그 생각은 여전히 무섭지만
이제는 무섭다는 감정을 밀어내지 않는다.
무섭지만 다시 해볼 수 있다고 믿는다.
‘다 죽으면 또 하나 들이면 되지.’
말은 쉽게 해도 그 말 안에 내가 살아 있단 걸 알았다.
다시 해볼 수 있는 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
그게 지금의 내 회복이다.
완벽하게 지키는 게 아니라
망가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
도박은 망하면 끝이지만
식물은 망가져도 다시 피어난다.
아주 오래 아주 느리게.
그걸 보는 동안 나도 조금씩 다시 살아간다.
식물은 다시 피고 나도 다시 쓰고 있다.
끝이 아닌 회복의 시작 계속 씁니다.
오늘의 식물 : 방울토마토 새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