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남기고 간 무게
그녀는 매일 말없이 앉았다.
편의점 안 구석 창가 자리에
정확히 하루 한 번
한 시간 남짓 앉아 있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건 적이 없다.
그녀도 나에게 말을 건 적이 없다.
우리는 서로를 알지 못했고
서로를 궁금해하지 않는 척했다.
하지만 그녀가 오지 않던 날
나는 이상하게 어색했다.
의자가 비어 있었고
그 빈 공간이 괜히 마음에 걸렸다.
‘오늘은 안 오시나?’
그런 생각이 스치고
그 순간
나는 내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다시 나타났다.
아무렇지 않게.
전처럼 조용히
익숙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에게 감정을 느꼈다.
감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냥
‘익숙함에 대한 편안함’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녀의 존재는 내 일상에 무언가를 남기고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부터 생수를 사지 않았다.
컵라면만 계산대에 올렸다.
나는 물병 하나를 포스기에서 직접 뺐다.
그리고 조용히 건넸다.
그녀는 내 얼굴을 오래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
말은 없었지만
그 눈빛에 감사하다는 말보다 더 무거운 감정이 있었다.
그 무게가 그날 하루 종일 내 어깨 위에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말을 안 하면 알 수 없지.”
“모른 척하는 게 더 무서운 거야.”
“말해줘야 공감할 수 있어.”
그 말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그녀의 눈빛과 고개 숙임을 떠올린다.
그리고 확신한다.
말하지 않아도
사람은 사람을 남긴다.
그녀는 지금도 편의점에 온다.
나는 여전히 말을 걸지 않는다.
그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서로를 잘 모른다.
그렇지만
서로를 지나치지 않는다.
그녀가 남기고 간 무게는
내가 매일 보는 영수증처럼
사소하고 얇지만
버릴 수 없는 감정의 조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