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이 어려운 걸까, 아니면 그냥 말하지 않고 싶은 걸까?
그 손님은 말을 하지 않았다.
아예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편의점에 들어올 때도 나갈 때도
항상 침묵이었다.
처음 본 건 겨울이었다.
그는 두꺼운 점퍼에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컵라면 하나와 삼각김밥 하나를 계산대에 올려놨다.
눈을 피했고 말은 없었고 계산이 끝난 뒤
작게 고개만 끄덕였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날 이후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왔다.
그는 늘 같은 걸 샀다.
컵라면, 삼각김밥, 생수.
자기 자리라도 있는 것처럼
매장 안 구석 창가 자리에 앉아
조용히 먹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한 시간쯤 있다가 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
또 왔다.
나는 그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신경이 쓰였다.
그의 표정, 자세, 손의 움직임,
묘하게 조심스러웠다.
처음엔 무서웠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뭔가 문제가 생기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조용했고
정확했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말이 없었을 뿐이었다.
나는 점점 그를 기다리게 됐다.
그가 들어오면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가 오늘도 왔다는 사실이
묘하게 위안이 됐다.
그 사람은 나를 모른다.
내 이름도, 나이도, 말투도 모른다.
나도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건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사람의 침묵은
이상하게 나를 편하게 했다.
어떤 날은 생각했다.
이 사람은 왜 매일 여기에 오는 걸까.
집이 멀까?
혼자일까?
한국말이 어려운 걸까, 아니면 그냥
말하지 않고 싶은 걸까?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그는 묻지 않았고, 나도 그랬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오지 않던 날,
나는 계산대를 멍하니 바라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사람인데
그 사람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이상하게 외로웠다.
그 사람의 자리가
빈 의자처럼
하루 종일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