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이라는 상품
나는 친절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도 별로 없다.
하지만
나는 매일 친절한 척을 한다.
정확히 말하면,
친절하게 반응하는 직업을 수행 중이다.
"봉투 필요하세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 말들이 내 입에서 나올 때
그 속에 감정이 얼마나 담겨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어떤 날은
그 말들이 진심 같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그저 대본 같기도 하다.
처음엔 죄책감이 들었다.
진심이 없는 인사를 건네면서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나?’
그런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지나면서
깨달았다.
진심은 매번 꺼내 쓰는 물건이 아니다.
진심 없이 건넨 친절도
상대에겐 위로가 될 수 있고,
나에겐 방어막이 될 수 있다.
나는 그저 일을 하고 싶었고,
문제 없이 지나가고 싶었고,
나 자신을 무사히 하루 끝에 데려다놓고 싶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걸 위해서라면
가짜라도 친절한 말쯤은 얼마든지 건넬 수 있었다.
어떤 손님은 그런 나를 진심으로 받아줬다.
“힘들어 보이시네요, 오늘도 수고 많아요.”
그 말에 나는 웃었다.
진심인지 아닌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그 말이 가짜여도 괜찮다고 느꼈다.
친절이란 건
진심일 수도 있고
전략일 수도 있고
관계 유지의 방식일 수도 있다.
나는 그 모든 이유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야 내가 덜 부서질 수 있었다.
내가 건넨 친절이
가짜라고 느껴져도
그 친절이 누군가의 하루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건 아니다.
가끔은
가짜라도 괜찮은 친절이
진심보다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