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한 잎을 살리는 일이 도박보다 어려웠다.
새잎이 올라왔을 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한 건 거의 없었다.
물 한 번 주고 신경도 안 썼다.
근데 얘는 아주 조용하게 자랐다.
내가 생명을 싹틔운 것 같았다.
그게 이상했고 어쩐지 미안했다.
그래서 그날 아침 처음으로 내가 먼저 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식물에 물 주는 타이밍을 모른다.
아예 신경 안 썼다고 하는 게 맞을 거다.
식물도 사람처럼 목마르다고 말해주면 좋겠는데
얘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서 뭐가 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대충 줬다.
그냥 내가 생각났을 때.
싱크대 옆에 있는 플라스틱 컵에 물을 담아서 부었다.
신기하게도 그 물을 마신 올리브는 죽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준 게 아니라 얘가 받아준 거일 수도 있겠다.
내가 나무를 살리는 게 아니라 올리브가 나를 살리는 거일 수도 있었다.
그날 이후로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면 올리브를 힐끔 본다.
물을 줄까 그냥 둘까 고민은 매일 한다.
물은 2주에 한 번 줘야 한다는 글을 봤는데
얘넨 그럼 2주 동안 뭐하지? 뭐 많이 줘야 좋은 건가? 서있기만 하면 안심심한가?
도파민 없이도 살아가는 생명이 신기했고 관심이 가곤 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보는 이 잎이 마른 건지 그냥 얇은 건지 판단이 안 선다.
그래서 대체로 안 준다.
그러면서 하루 종일 그게 마음에 걸린다.
새잎이 난다고 나에게 배당금을 주는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신경이 쓰였다.
혹시라도 또 새잎이 나면 내 도파민이 터질 것 같았다.
오늘은 너무 말라 보이는데 어제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근데 너무 자주 주면 뿌리가 썩는다 그랬고.
나는 또 망치는 게 싫어서 물을 주지 않는다.
사랑을 주는 법을 배우는 거 같았다.
사랑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어버리고
사랑을 너무 적게 주면 뿌리가 말라버린다.
그 대상에게 필요한 만큼 필요한 방향으로 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올리브에 대한 생각이 반복되다 보니까
물 주는 일이 도박보다 더 어렵고
더 신중하고
더 집중하게 된다.
오늘은 줘야 할까? 내일은 어떨까?
그 생각으로 하루가 지나간다.
오늘 당장 물을 주고 싶은데 참는 연습을 하며
그 아이가 죽지 않게 기다리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도박사이트는 켜지지 않았다.
물을 안 주는 날도
생각만 하다 하루가 갔다.
기다리다 흙이 완전히 마른 그날
나는 처음으로 물을 줬다.
그게 내 2주를 바꿨다.
누군가를 기다리듯 내 감정도 기다려주는 연습.
당신도 해본 적 있나요.
오늘의 식물 : 무늬 호랑 가시 나무
고난과 희생을 뜻하는 나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