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kb 하우스 Nov 09. 2022

07. 영국 정원, 꿈과 현실이 합쳐진 공간

트렌브랜_내가 만드는 트렌드 브랜드 공식

  그래피티 작가인 뱅크시가 런던의 벽면에 그린 '풍선과 소녀'는 붉은 하트 모양의 풍선이 끈과 함께 소녀의 손에서 빠져나가는 찰나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풍선은 꿈과 현실 사이를 넘나들며 희망과 슬픔의 대비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꿈과 현실을 구분하고 결정하는 데는 생각을 필요로 합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언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렇게 생각은 우리에게 자유를 누리게 하고 꿈을 키워주는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꿈을 꾸면서 현재의 삶과 익숙함을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나를 찾는 과정으로 불려지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꿈꾸고 상상하던 곳을 찾아 그곳을 여행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고 보람일 것입니다. 그리고, 처음 가보는 낯선 곳에서 마치 예전에 와보거나 경험해 본 듯한 익숙함을 대하게 된다면 이것은 또다른 놀라움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원이 우리를 아름다운 꿈으로 데려다 주는 통로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비까지 더해진다면 정원은 시간이 멈춘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가 만든 ‘언어의 정원’은 이러한 감수성을 영상미로 담아냈습니다. 주인공 다카오는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며 비가 오는 날이면 스케치를 하기 위해 공원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비와 정원은 주인공 다카오와 여인 유키노와의 우연한 만남을 만들어 줍니다. 이 그림과 같은 장면을 다른 나라의 정원으로 옮겨 보아도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떠올린 곳이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키는 영국의 정원이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주인공들을 영화 ‘오만과 편견’의 배역으로 캐스팅하듯 영국의 정원으로 옮겨 이것저것들을 중첩시켜 보았습니다. 


  초현실의 세계와 닮아 있는 스토어헤드 가든(Stourhead Gardens)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과 잘 어울려 보입니다. 이태리 문화를 동경하던 18세기 영국의 귀족들이 이태리 풍경화를 가져다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마치 화가가 캔버스를 펼치고 풍경화를 그리듯 그들은 대지를 화폭으로 강의 물줄기를 굽이치는 구도로 배치하고 다리와 길을 주변에 내고 언덕에는 나무와 로마풍의 건물을 놓아 정원에 몽환적인 자연의 풍경을 담아냈습니다. 풍경화를 닮은 영국의 정원에는 여러 아름다운 시간과 공간이 중첩되어지면서 스토리와 낭만도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화가의 풍경화에는 그들의 꿈과 현실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화가가 그려낸 풍경화는 그가 산과 들판을 누비며 구상하고 스케치하던 장소이며 동시에 그가 꿈꾸며 찾아다니던 곳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꿈과 현실을 가르는 경계는 모호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실에서 그 경계를 찾는다면 우리가 잠에서 깨어 맞이하는 새벽녘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풍경화를 닮은 영국의 정원도 새벽녘 동이 틀 무렵과 잘 어울려 보입니다. 문뜩 잠에서 깨어 정원의 한복판에 있어도 또 그것을 걸어도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장자의 꿈처럼 인간이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날기에도 그리고 나비가 인간이 되어 유유히 거닐기에도 다같이 어울릴 것 같은 공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꿈과 현실이 공존하며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을 때 우리는 이것에 더 심취하고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영국의 정원은 꿈과 현실을 이분법으로 나누거나 서로를 구분할 필요가 없는 공간일 것 같습니다.


  영국은 캔버스를 바닥에 뉘어 놓은 듯 전체가 평평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풍경은 더 정적으로 느껴지고 이곳에서는 경계 또한 모호하여 어디가 자연이고 어디가 공원인지를 구분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이러한 여유로운 공원의 풍경은 모두를 그리워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아름드리 나무들과 동물들로 채워진 영국의 정원에서는 한 번쯤 포인트 핸드 타이를 매고 작가처럼 조용하면서도 우아하게 거닐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스토어헤드 가든(Stourhead Gardens)은 풍경화풍의 정원으로 여러 가지 아름다움을 중첩시켜 넣으면서 낭만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s: //nl.pinterest.com/pin/345369865177899037/

작가의 이전글 06. 일본 정원, 열정이 만든 최고의 자연스러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