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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Feb 02. 2023

투철하게 실패하라, 야:앗

PLANSANT 칼럼

  올해 현대차그룹의 신년사를 보면 게임 체인저로서 기업문화를 강조하며, 회장님이 나서서 직원들에게 ‘실패하라’고 권하는 분위기다. 이것은 더 큰 결과를 얻기 위해 이 과정에 실패가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실패에 관대하지 않다. 성공 앞에 실패가 놓인 걸 반가워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에 ‘실패하라’는 말은 ‘이젠, 실패해도 괜찮아’로 느껴지는 것 같아 좋다. 그래도 실패는 여전히 낯선 것이 사실이다.


  실패를 인정한다는 것은 지금과 다른 길을 가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남을 추종하던 것을 멈추고 그 중심에 스스로를 올려 놓는 과정이 되어야 하겠다. 이것을 국가로치면 한반도를 그 중심에 가져다 놓는 일이고, 기업이라면 기술이 그 중심에 서게 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개인에게 이것은 자신을 역사의 중심에 세우는 과정이 될 것이다. 실패를 하는데도 충분한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세계와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고 또 이것을 새롭게 해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스토리로 새로운 관객을 맞이하기 위한 연습과 실패를 하는 것이다. 황현산 교수가 미국 드라마에 심취해 외장하드를 채우고 있던 드라마를 여러 밤을 지세어 다 보고는 탄성을 질렀다고 한다. 이것은 막대한 양에 대한 감탄이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줄거리와 음모를 대한 놀라움이고, 숨돌릴 틈없이 터지는 엇갈린 운명 그리고 연 이은 사건과 재난을 대하는 긴장감에 대한 감동이었다. 연습과 실패를 하는데도 이런 경험이 선재 되어야 집요함이 더해지고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의 비전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타인이나 공통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삭막한 미래가 아닌 새로운 유형의 행복을 찾아야 한다. 나의 생각으로 미래를 채워 나가야 하는 것이다. 실패를 경험하며 모방하고 비교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가장 투철하게 실패를 해 보아야 한다. 실패는 되감기를 하면서 자신과 세상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준비의 시간이기도 하고, 밀렸던 일을 다시하는 시간이기도 하며, 고장난 것을 고치는 시간, 그리고 새로운 혼을 불어 넣는 시간이기도 하다.


  크고 화려한 것이 관심을 받고 부러움을 사게 마련이다. 이를 쫓다 보면 작고 초라한 것에 매력을 적게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작은 것에 의미나 역할까지 작게 부여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더 큰 지혜가 담기기도 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성곽을 보기 힘들지만 조선시대까지 우린 성곽에 둘러 쌓인 나라였다. 대신 우리는 성을 낮게 쌓았고 이 마저도 필요할 때 성을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는 벽을 높이 쌓고 사는 민족이 아닌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세계를 상대로 벽을 낮추고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모든 저항과 실패에 지혜롭게 맞설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 땅에서 실패에 대한 벽까지도 없앨 수 있으면 좋겠다. 


  ‘실패하라’는 무리하게 강행하거나 즉효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대신 참을성을 가지고 서서히 투철하며 행동가가 되어 지금까지 가본적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실패는 못쓰거나 버려지는 게 아닌 실패에서 영양분을 얻어 미래로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 이미지 출처: https:// www.adventuretoystore .com/ozone-paraglider-line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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