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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Feb 05. 2023

구름이 달에 가듯, 동글뭉글하게

PLANSANT 칼럼

  내가 달탐사선에 대한 뉴스를 본 것은 작년 친한 선배와 찾아간 평촌 골목에 자리한 포차에서다. 마침 포차 안에 켜 놓은 TV에서 누리호의 발사 성공이 특집방송으로 나오고 있었다. 가게는 저녁 식사시간에 맞춰 들어서는 손님들로 바빠지기 시작했고 손님들의 목소리는 하나 같이 격양되어 있었다. 삼삼오오 들어와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면 속 발사 장면을 가리키고는 신이 나서 한마디씩 거드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첫 달탐사선인 '다누리'가 공식 임무인 달의 정보 수집에 나선다는 뉴스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지난 8월 미국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를 출발한 다누리는 달을 향한 긴 여정을 선택했다. 지구에서 달까지 38 만km 거리를 바로 가지 않고 4개월반 동안 595만km를 돌아가는 대장정을 이어갔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늦게 시작하면서도 빠른 길 대신 오래 걸리고 어려운 항로를 선택한데 박수를 보낸다. 시작이 다르면 결과값이 다르듯 한계 또한 없게 된다. 만약 남이 했던 걸 그대로 따라했다면 기준 또한 정해진 것을 따라야 했기 때문에 결과는 분명하게 갈렸을 것이다. 하지만 다누리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난 새로운 항로를 선택하면서 누구도 가본적 없는 동글뭉글한 태양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이것은 마치 어두운 네덜란드에서 프로방스로 가서 파란 하늘과 눈부신 태양을 즐기는 반 고호의 모습과 닮아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다누리의 항로는 반 고호가 짙푸른 푸른색 위에 곡선의 소용돌이로 그려 낸 ‘별이 빛나는 밤’에서의 하늘을 보는 듯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렇게 긴 여정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변화의 욕구가 그 근저에 깔려 있어야 가능하다. 종교개혁이라 하면 마틴 루터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여기에도 여러 선구자들의 새로운 도전이 이어졌기에 실현될 수 있었다. 이들은 라틴어로 된 성서와 설교를 사용하던 로마 카톨릭 교회의 권위에 맞서 쉬운 자기 나라의 언어로 대중과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에서는 위클리프가 라틴어인 성서를 영어로 번역했고, 체코에서는 후스가 라틴어가 아닌 체코어로 설교를 이어갔다. 이태리에서는 수도사인 단테와 파치올리가 신곡과 수학서를 라틴어가 아닌 자기 언어인 이태리어로 썼다. 여기에 인쇄기가 발명되면서 교회에서 면죄부를 대량으로 찍어 판매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 우리에게 익숙한 개혁가가 등장하게 된다. 루터가 95개에 달하는 반박문을 비텐베르크 교회당 정문에 게시한 것이 라틴어가 아닌 독일어로 인쇄되면서 독일과 유럽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 변화의 욕구를 크게 그려보면 대중으로부터 시작되어 다시 대중으로 돌아오는 길고 아름다운 곡선의 여정을 담고 있다.


  현재와의 구분이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변화는 과거와 현재의 반성에서 시작되어야 그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와는 다른 도전을 의미하며, 변화와 도전 또한 끊임없이 이어져야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심우주로 나아가는 발판을 다진 다누리가 그의 여정처럼 동글뭉글한 꿈을 꾸며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미래에 있을 달착륙선의 발사에도 변화와 도전이 더욱 커지길 함께 기대해 본다. 


> 이미지 출처: https:// news.kbs.co. kr/special/danuri/2022/mai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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