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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Feb 06. 2023

01. 휴가, 추억, 그리고 바램

[에세이] 그때 꿈을, 다시 꾸었다


“일상력은 매일 실천하며 일상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도 된다. 작지만 성취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서 일상을 가꿔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1월은 새롭게 시작해 보라는 기회를 주지만 12월까지 계획을 지속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앱의 숫자 알림에도, 인스타 속 부러운 일상 피드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실력을 길러야 한다.

일상이 많이 단련되면 나이가 들어서도 일상에 단단히 뿌리내린 사람이 된다.

타인에게 빼긴 시간을 찾아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 이승희 작가 



  7월로 계획했던 휴가에 여러가지 변수가 생기면서 연말이 다 돼서야 갈 수가 있었다. 경력직으로 새로 뽑은 인원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내가 그 일을 다시 해야 했고 인사팀에도 여러 번 다녀와야 했다. 결국, 해당 직원이 다른 부서로 가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지만 내게는 상처만 남는 시간이었다. 한해를 무심하고 속절없이 흘려 보냈지만 그래도 배운 게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처음 휴가를 계획할 때는 캠핑까지는 아니더라도 밖에서 바비큐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펜션으로 예약을 했다. 작은 애가 수능을 준비하고 있어 휴가를 간소하게 보내기로 했고 기분 전환을 위해 안가 본 곳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철원이었고 오대산 어느 산줄기 아래에 조그만 계곡에 위치한 펜션에 머물게 되었다. 우리는 햇살을 받으며 한탄강 물윗길을 걸었고 신수리에 있는 송어집에 들러 식사도 했다. 노동당사와 동송시장에서 각각 다른 기분과 다른 걸음으로 걷기도 했다. 해가 떨어지고 펜션에 도착해서 동송시장에서 사온 것으로 차린 바비큐로 식사를 하니 맛있고 특별했다.


  다음날 새벽 유난히 일찍 잠에서 깼다. 그리고는 다시 잠에 들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었다. 나는 최근의 기억을 시작으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 가며 수많은 일들이 파노라마가 되어 펼쳐졌다. 그리고는 과거의 한 지점에서 모든 기억이 멈추었다. 나는 그 기억에서 생각을 멈추고 숨까지 죽인 한참을 그대로 있어야 했다. 철봉에 매달려 공중 돌기를 하다 바닥에 떨어진 듯한 고통과 숨막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나는 그동안 이것을 글로 써보겠단 생각을 한적이 한 번도 없었다. 1년 넘게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생긴 습관이 우연한 기회를 만들어 낸 것 같다. 나는 구도나 내용을 생각하고 글을 쓰지 못한다. 생각나는 것을 처음엔 조각으로 나누어 아무렇게나 써서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내 생각을 만지는데 좋은 도구임은 분명하다. 문뜩 글쓰기로 과거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한 상상일수도 있겠지만 지난 행동과 결정을 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관점은 상대적인 것 같다. 똑같은 것을 놓고도 상반된 결정을 내릴 때가 종종 있으니 말이다. 상대방이 내린 결정을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독불장군으로 보이지만 뒤집어 보면 나를 이해 못하는 상대가 야속할 따름이다. 이제 내 스스로가 상대를 이해하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 우리가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들도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 같다. 옛날에 좋아하던 것이 싫어지기도 하고 절실하던 것이 무덤덤해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때는 모르고 지나졌던 일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감정으로 되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영국에서 한 노부부를 만나 함께 생활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는 특별한 사이로 발전했지만 나는 이 관계를 계속 가져 오지를 못했다. 내가 IMF로 급히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면서 오랜 시간을 방황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연락을 해야지 하던 막연한 바램은 결국 적절했던 타이밍마저 놓치는 꼴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내게 그리움을 넘어 후회로 바뀌어 버렸다. 다시 시간이 지난 지금 그들이 나의 꿈에 나타났다.


  이 글은 그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이야기다. 마냥 추억만으로 간직할 수도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50 언저리에서 내가 느끼는 달라진 감정과 생각을 글로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거창한 신년 계획까지는 못되어도 실천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과 함께 우리의 기억도 지금과 또 다른 기억으로 변할 것이다. 그래서 오래되고 소중한 추억일수록 더 자주 꺼내어 보고 살피고 다듬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서 모르고 무심하게 지냈던 것들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이것이 강줄기라면 그냥 바라보지 않고 발을 담그고 이리 저리로 걸어보고 싶다. 그러면서 현실에서 고마운 인사로 아름다운 추억을 나누어 미래로 흘려 보내고 싶다.

 

> 이미지 출처: https:// external-preview.redd.it/sdKIPm4mTVikphP9dVKJ_Dyop5JS3gTioR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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