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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Feb 21. 2023

CES를 보며 드는 씁쓸한 생각

PLANSANT 칼럼

  지금 우리가 칠하는 미래는 어떤 컬러일까? 우리가 제품이 가진 목적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기업 역시도 고객의 니즈와 변화에 동참하며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유행에 지나치게 동조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올해 미국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는 대체육 회사들이 한곳도 참가하지 않아 뉴스가 되었다. 수년동안 화제를 몰고 다녔던 회사들이 한꺼번에 보이지 않으니 기분은 씁쓸하고 마음은 편치가 않다.


  대체육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은 1인당 연평균 120kg에 달하는 육류를 소비하고 있다. 이미 10년 넘게 대체육 시장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육류의 가공과 유통을 어렵게 하자 대체육이 반사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관심을 받던 대체육이 비싼 가격 대비 맛과 식감이 진짜에 미치지 못하면서 매력도 시장의 관심도 함께 떨어져 버린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대체육 대표주자인 임파서블 푸드가 2019년 CES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제품’으로 선정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체육이 건강, 환경, 복지까지 담은 착한 먹거리로 당연히 미래에 성장할 산업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고 기업들이 표방하는 것이 일방적인 모습이 없질 않다. 소비자에게는 윤리적 판단을 내세우면서도 대체육 회사들은 정작 경제적 판단을 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기업의 미래시장 선점과 ESG 경영과 함께 우리 모두를 위한 보다 편안한 트렌드와 생활이 함께 고려되면 좋을 것 같다.


  내게는 대체육하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시흥에서 유통업을 하고 있는 친구는 농장을 하고 싶어 하는데 나와는 막역한 사이로 자주 만나 식사도 하고 산에도 같이 오른다. 그와 만나 긴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의 주제는 항상 농장에 관한 얘기가 된다. 친구는 창고 한켠에 사육장을 만들어 여러 종류의 가축을 기르고 있을 정도로 그는 목축업자가 꿈이다. 주말이면 멀리 강원도나 충청도에 있는 농장을 찾아가 묻고 공부할 정도로 이것에 대한 준비도 열성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런 그에게 한번은 내가 대체육이 트렌드가 될 것이란 얘기를 한적이 있는데 그는 내 얘기에 많이 당황해 했다. 그의 꿈은 우리가 익히 알고 무서워하는 고병원성 조류독감이며 구제역, 아프리카 돼지 열병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확고했다. 여름의 태풍과 장마도 이겨낼 용기가 있었고 한겨울의 한파까지도 묵묵히 견뎌낼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쓸데없이 대체육이니 트렌드라는 말을 함으로써 그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어버렸다. 들뜨게 하는 트렌드에 마음을 흔들고 지레 겁먹게 한 것 같아 미안함이 든다. 


  트렌드가 막연한 꿈을 쫓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현실과 꿈이 만나는 지점을 목표로 삼고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필요하다면 우리도 제우스처럼 세상의 중심을 알기 위해 동쪽과 서쪽 끝에서 독수리를 날려 볼 필요가 있다. 한쪽에서는 현실을 맞은편에서는 꿈을 실어 날려 보아야 하겠다. 트렌드가 어디까지 날아가는지 날려 보면서 미래의 어느 지점에서 무엇과 만나는지도 봐야 하겠다. 목축업자인 친구의 꿈도 같은 속도로 공평하게 날려 세상 한 가운데로 날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구나 미래를 선점할 수는 있지만 미래라는 옴파로스가 누구나 공평하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우리 역시도 하나에 빠지거나 독단하지 않으며 미래를 평평하게 바라 봐야 하겠다.


> 이미지 출처: https:// www.wsj.com/articles /ces-2023-annual-tech-show-kicks-off-as-hardware-startups-face-an-innovation-crunch-11672698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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