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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Apr 09. 2023

10. 각자의 꿈들로 요동치고 보람치는 세상

[에세이] 그때 꿈을, 다시 꾸었다


“지금 우리 집 정원의 사과나무에는 잎이 나고 있다. 올해 사과나무의 가지를 꽤 많이 쳤다. 

기본적으로는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였지만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가지를 칠 때면, 나는 마치 그림을 그릴 때처럼 나무에서 떨어져 

전체적인 균형을 살펴본 뒤 다시 나무로 다가가 가지를 다듬는다. 

꽃은 모두 졌고, 그 자리에 작고 둥글고 딱딱한 햇사과가 열리기 시작했다. 

사과는 몇 달에 걸쳐 여물 것이고, 

여름의 온기가 시들해질 즈음이면 먹어도 될 정도로 자라 있을 것이다.”

-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중에서

 


  우리는 각자가 꿈꾸는 세상이 다르고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나는 꿈에서 재미있는 상상을 한적이 있는데 이것은 다른 방식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서로가 마주 앉아 상대의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대신 귓속말로 상대와 얘기 나누는 것이다. 친한 상대 뿐만 아니라 처음 만난 상대에게도 다가가 자신의 입을 상대방의 귀로 가져가 서로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처음보는 사람에게 귓속말을 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내 꿈에서는 처음 대하는 사람에게도 자신의 귀를 내어주고 상대의 이야기도 잘 들어줄 것 같다. 이렇게 대화하는 게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귓속말을 하다 보면 좋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님을 알게 된다. 내가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길게 늘어 놓는 법도 없고, 내가 듣던 얘기를 중간에 끊거나 의심하려 들지도 않게 된다. 이렇게 도란도란 나누는 얘기는 소란을 떨 일이 없어 남들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바보가 된 듯 꿈이 자신을 멍한 상태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이것은 꿈이 현실보다 작은데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서 느끼게 되는 성장통이라 할 수 있다. 식물이 크면 큰 화분으로 분갈이가 필요하듯 꿈이 나를 타고 넘지 않도록 그리고 내가 꿈에 잠식되어 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꿈이란 단단히 고정된 목표물이 아니라 호흡과 심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꿈에 잠식당하여 침몰하고 있다면 그리고 작은 화분안에서 움츠리고 있다면 결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의 꿈에서 깨어나야 하는 것이다. 과거의 꿈에 고집을 부려서도 안 된다. 


  새로운 꿈을 꾸는데 겁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몸이란 시간에 길들여지고 다듬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답을 가져다줄 것으로 믿는다. 이렇게 달리다가 멈춰 서게 되면 다시 달리기가 힘이 들고 두려움에 빠지겠지만 이것은 긴 여정의 마라톤과 같은 꿈에서 누구나 겪는 과정일 것이다. 달리는데도 멈춰 서는데도 모두 스스로가 겁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내가 지치지 않고 꿈과 함께 모든 것을 기억으로 온전히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자신의 꿈이 보람으로 삶이 요동치면 좋겠다. 한바탕 소동과 몸살에 시달려도~


  나는 46 Bingham Rd와 필립과 벨러리 부부에 대해 글을 쓰면서 말 그대로 오만가지의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값진 시간과 기회를 얻었다. 이 글의 초본을 쓰고는 다시 그들을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소용돌이 치기도 했다. 이 감정은 이 글을 쓰지 않았다면 얻지 못할 변화였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오고 몇 해가 지나 필립과 벨러리 부부들 역시 46 Bingham Rd를 떠났다. 그들의 변했을 현재의 모습을 상상하며 희망을 품어 보고 싶다. 이 글을 마치면 다시 알아볼 생각이다. 하지만 애쓰지도 스스로도 아프게 하지 않을 예정이다. 만족하는 만큼에서 움직여 보고 또 그만큼 생각하고 느껴보려 한다. 필요하다면 소라게의 모습으로 천천히 다가가 보려 한다.


  기회에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는 희망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기회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가슴을 따뜻하게 켜 놓아야 하고, 상대를 녹여주고 필요하다면 반딧불이 되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꼭 꿈이 큰 것일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았다. 꿈을 조각으로 작게 작게 나누어 꾸어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깨달았다. 마치 꿈이 씨앗이 되어 뿌려지고 꽃들과 향기로 피어 날 수 있음을~


> 이미지 출처: https: //www.airbnb.co.uk /bournemouth-united-kingdom/st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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