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kb 하우스 Apr 12. 2023

모두 첩첩 산중의 모습을 하고 있다

PLANSANT 칼럼

  상상이 모든 것의 시작점에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가 맘 편히 눈을 깜빡일 수 있는 것은 짧지만 조금 앞을 상상하고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만약 우리가 연습을 통해 상상하고 예측하는 시간을 늘려 나간다면 눈을 감았다 뜨는 횟수도 점점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한다면 우리가 멀게는 10년 20년 후의 세상과 모습들을 상상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미래를 상상한다면 이 모습은 화가가 그린 그림과 같은 모습일 것 같다. 미래는 그림의 원근법과 같이 가까운 곳은 선명하고 멀어질수록 더 희미해질 것이다. 그리고 바로 앞은 변화가 적어 잔잔하고 나지막한 모습이지만 먼 곳은 하늘과 맞닿을 만큼 삐죽삐죽하고 변화가 클 것 같다. 미래는 대자연의 한장면처럼 울퉁불퉁하고 들쭉날쭉한 모습이지 않을까? 이것은 마치 첩첩 산중의 모습일수도 있고 겹겹이 쌓이고 얽혀진 미로의 모습일수도 있다.


  내적 동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정지된 상태의 삶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들이 가진 에너지는 뮤지컬의 주인공과 같이 삶 여기저기에 생명이 넘치고 활기로 꿈틀되게 한다. 짙고 진한 삶이 되는 것이다. 산속 깊숙이 피는 꽃과 나무 같다. 한번은 우연히 숲이 울창한 산길을 호기심에 따라 갔다 길을 찾지 못한적이 있었다. 이때 산이 아닌 하늘을 올려다보며 길을 찾을 수 있음을 배웠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 역시도 이와 많이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산재해한 문제들의 답을 찾는 일 역시 정돈되고 잘 닦여진 길 대신 다듬어지지 않은 길을 용기 있게 걸어야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여정을 끝마치고 뒤를 돌아보면 이 길은 직선으로 곧장 걸어온 것이 아니라 구불구불하게 걸어온 첩첩 산중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것들 중 하나는 변화라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변화를 그저 멀찍이서 바라보면 가로 방향으로 강물처럼 잔잔히 흐르는 것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직으로 달리며 떨어지는 폭포와 같다. 무수한 생각을 오늘도 했지만 어느 것도 몸으로 실천하지는 못한 것 같다. 이 때문인지 열심히 보낸 하루가 조급해지고 불안하게 느껴진다. 한끼의 식사가 나의 거룩한 숭배가 되어야 하지만 달콤씁쓸한 한잔의 술에 위로를 받는다. 각자마다 변화의 정도만 다를 뿐 우리 모두는 변화를 향해 달리고 싸운다. 그리고 휩쓸리고 또 반복한다. 어떻게 보면 변화는 완성도 종착지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변화도 첩첩 산중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디자인을 대하다 보면 변화를 변화로 대응하며 쫓아가는 모습이다. 어느 순간 그 끝이 있을 법도 하지만, 계속해서 일정거리를 두고 달리기를 이어간다. 그래서인지 디자인이 진정성에 대한 도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디자인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모습에서 탈피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새로운 것을 맞기 위해 자신의 장례 치르는 장자의 '오상아'처럼, 디자인 역시도 현재의 자신과 결별하지 않고는 새로 태어날 수 없다. 미래를 찾아 헤매는 디자인 역시도 첩첩 산중의 모습을 하고 있다. 과연 첩첩 산중의 모습이 아닌 것이 세상에 있을까?


> 이미지 출처: https:// twitter.com /muratdagaslan

작가의 이전글 10. 각자의 꿈들로 요동치고 보람치는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