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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Jan 11. 2024

스토리, 우리는 성장을 원한다

52세에 시작하는 자기 계획서

책을 한권 읽는데 이젠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오래 걸릴 때는 몇 주가 되기도 한다. 옆에 펜과 종이를 갖다 놓고 책을 보게 되면서 좋은 글이나 생각나는 게 있으면 읽기를 멈추고 글쓰기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서 얻는 것이 있어 이것이 나의 독서 아닌 글쓰기 방식이 된듯하다. 처음엔 단어 위주로 메모를 하거나 책에 줄을 그었는데 막상 이것을 나중에 다시 보면 그때의 생각을 잃어버릴 때가 많았다. 생각날 때 바로 기록해 놓는 게 최고였다. 내가 건축 한가지에 집중해 글을 쓰기로 하고 나는 첫 글로 건축과 공원을 연결시켜 보고 싶었다. 해외 여행을 할 때면 나는 공원을 여행 코스에 포함시킬 정도로 공원을 찾아 다닌다. 좋은 건축이나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나서 들르는 공원에서 몰려든 진한 감동을 천천히 달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곳에서 무념무상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관광객이었던 내가 현지인이 되어 일상을 보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카메라가 줌아웃 되어 나를 다른 곳으로 옮겨 놓은 듯한 기분이 든다. 도시를 거닐 땐 삭막하고 불편해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가도 공원에 들어서면 마음이 바뀌어 이곳에 집을 얻어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브런치에 올라온 댓글을 보고 기분이 좋지 않은 적이 있었다. 이때는 내가 정원에 대해 글을 쓰고 있었는데 상대는 내가 중국 정원을 칭찬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았다. 포장되게 비꼬아 놓은 말투도 싫었지만 내가 아쉬운 것은 상대가 하나의 글을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부터 일본, 영국, 프랑스, 이태리 정원에 대해서도 글을 썼고 칭찬을 했기 때문에 그의 논리대로 대한다면 나는 한국인, 일본인, 영국인, 프랑스인, 이태리인으로도 함께 불려야 하기 때문이다. 각자가 가진 다른 개성과 함께 잘한 것을 칭찬한 것인데 이것을 상대는 다르게 느낀 것 같았다. 상대가 좋아하는 얘기를 쓰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 같아 씁쓸함마저 들었다. 누가 내가 칭찬받는 것이 아닌 남의 것을 칭찬하는 것을 더 좋아하겠는가? 칭찬에 인색하지 않은 것 이것이 나를 성장시키고 칭찬받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칭찬하지 않고 칭찬을 받는 것은 솔직히 부담스럽다. 그런데 칭찬이 빈말이 되지 않으려면 결과뿐만 아니라 상대의 스토리를 알아야 가능하다. 


스토리가 스토리를 만나면 또 다른 스토리가 된다. 더 큰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나의 스토리가 더 풍성해지고 견고해지기 위해서는 남의 스토리 그리고 여러 스토리가 필요하다. 만약 우리의 스토리가 부족하다면 더 많은 스토리와 소통하며 가꾸어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경험으로는 스토리도 그리고 이것의 소통도 부족했던 것 같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 근처에는 직지사라는 큰 사찰이 있다. 사찰의 규모도 크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 보니 오래전이었음에도 10분 간격으로 배차가 이루어졌고 신형 버스로 운행되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직지사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이것이 전부였다. 관광 안내판을 읽고 외우면 아는 것이 많아지겠지만 초등생이 이렇게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동안 빠짐없이 그곳으로 소풍을 갔고 또 토요일이면 오후 늦게까지 사찰과 주변을 청소하는 자연보호 활동을 했다. 선생님은 ‘어른이 되면 평생 공짜로 직지사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로 우리에게 해주었지만 솔직히 이것은 우리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다. 차라리 선생님이나 스님 중 누구라도 사찰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만약 이런 스토리가 있었고 이해를 했다면 매번 같은 곳으로 소풍을 가고, 토요일 오후 늦게까지 청소를 하여도 우리의 발걸음이 달랐을 것 같다. 


최근에는 건축에 대해 공부를 하다 남산과 국회의사당에 대해 조금 더 배울 수 있었는데 이것을 초등학교 때 알았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서울로 가게 되면서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지만 이것과 관련해 좋은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남산 타워의 높이나 국회의사당에 묻힌 포도주에 관한 이야기보다 남산에 일제시대 때 신궁이 있다는 얘기와 국회의사당이 남산 신궁을 허문 자리에다 지으려 했던 얘기를 들려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줄지어 전시품을 관람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그곳의 건축과 건축가에 대한 얘기도 같이 곁들여졌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우리의 것이 작게 보이는 이유가 어쩌면 이것과 관련해 중요한 이야기나 숨어 있는 스토리를 우리가 놓쳤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가 팔만대장경이나 조선왕조실록 같은 유구한 기록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만큼 스토리의 공유와 활용이 필요할 것 같다. 이것은 이미 만들어진 것을 전파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닌 우리의 것 그리고 각자의 것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스토리를 찾고 이것을 큰 꿈으로 키워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우리의 건축에도 이런 우리의 스토리와 좋은 이야기가 함께 하고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집을 짓는 사람과 건축가의 바램이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닌 집과 함께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스토리는 생명을 가지고 있다. 스토리는 한번 만들어지면 바뀌지 않거나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그리고 사람들에 의해 계속해서 변화한다.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스토리가 우리와 함께 하고 우리 주변에 가득하면 좋겠다. 


나는 건축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모으고 싶다. 그래서 건축이 시간이 지나면 쓸쓸해지거나 사라지지 않게 이것의 소중한 이야기를 남겨 놓고 싶다. 우리의 건축과 건축가 그리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게 하고 싶다. 건축을 낭만과 예술로 기억하고 즐길 수 있는 우리만의 다부진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 스케일 못지 않은 스토리를 가지면서 좋은 것 부러운 것 잘하는 것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꿈의 바다를 향해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상대와 비교하면 내가 만드는 홈페이지는 작은 모래성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은 파도에도 쉽게 무너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상대와 경쟁하는 대신 변화하는 파도를 도화지 삼아 그리기를 반복하며 새로움과 다름을 찾아갈 것이다. 나는 이곳을 놀이터로 만들어 누구나 찾아와 예쁘게 성을 쌓게 하고 집에 대한 꿈을 꾸게 하고 싶다. 건축이 즐거운 놀이가 되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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