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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Jan 04. 2024

선취감,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먼저 취해야 하는 것들

52세에 시작하는 자기 계획서

무엇을 배우고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처음엔 몇개의 샘플 글과 사진을 가지고 나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어려우니 연습을 하며 배워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샘플로 쓸만한 글과 이미지를 찾아 홈페이지에 넣어 보니 감동도 없었고 시시하게 느껴졌다.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홈페이지를 배우고 만드는 것 이상으로 홈페이지에 필요한 콘텐츠도 함께 준비해야 함을 의미했다. 그러려면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했고 지금의 과정 또한 연습으로 대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느낀 또 다른 생각은 홈페이지가 탑과 같이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라 하기보다 무수한 점들을 연결시켜 나가는 것에 가까워 보였다. 미리 디자인된 템플릿을 원하는 위치에다 갖다 놓을 수 있고 링크를 통해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사람에 비유하면 융통성이 있고 제품으로 치면 스마트하다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홈페이지 만드는 것이 어렵고 배우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융통성을 배우고 스마트해지는데 필요한 시간같이 느껴진다. 쉽고 빠른 것을 원한다고 이것을 단박에 가질 수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쉽고 빠른 것에만 집중했다면 이것이 결국 나를 더 멀리 돌아가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시간을 가지고 대상을 바라보게 되면 더 많은 장점을 발견할 수 있고 장점을 이어 붙이는 것으로 더 나은 것이 된다. 부품이 결합되면 제품이 되지만 여기에 가치가 더해질 수 있는 것이다. 


요즘들어 생각이 많아졌다. 실망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느끼는 감정인 것 같다. 일을 하는데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지만 나는 이것과 관련해 좋은 경험을 많이 하지 못한 것 같다. 특히 퀄리티가 요구되는 마무리 단계에 고충이 더했다. 같이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였음에도 이것을 눈 앞에서 놓쳐야 했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실망은 커져갔다.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일이 되게 하고 원하는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함께 하고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보다 더 많은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해 보인다. 


나의 노력이 상대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필요 없는 것으로 끝날 때가 있다. 같은 일을 했음에도 결과가 상대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다. 나의 경우 외부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업체와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새로 업체를 등록해야 하지만 일이 번거롭고 절차까지 복잡하다 보니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 그런데 내가 몇 해전 이것을 하면서 느낀 것은 절차보다 업체의 대응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계약과도 같은 중요한 일을 위임해 처리하면서 나를 실망시켰다. 이번 경험으로 나는 더는 이 같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얼마전 이 일을 다시 하게 되었다. 긴 시간동안 우리 쪽 탁송일을 맡아 하고 있지만 아직 업체 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다짐이 무색하게 나는 그만 ‘내가 도와 줄게요.’ 하고 대답해 버린 것이 기분 좋게 마무리되었다.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진행되는 것을 문자로 알려주고 기분 좋은 모습으로 결과를 알려줘서 좋았다. 무엇보다 이것을 시작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좋았다. 


같은 일을 해도 좋았던 경험은 시간이 지나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짧은 시간을 즐겁고 긴 시간으로 기억된다. 나는 2개월간 다른 팀에서 일한적이 있는데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상대는 나를 다르게 기억하는 것 같았다. 최근 우연히 만났는데 그가 나를 놀라게 했다. 그는 그 시간을 1년으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2개월의 시간을 1년으로 기억할 만큼 추억하는 것이 많다는 뜻이었다. 우리는 짧은 기간동안 많은 일을 했고, 많은 대화를 나눴고, 술자리도 여러 번 가졌는데 보통의 관계라면 1년동안에 할 일을 짧은 기간에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기억되는 관계가 많아지만 좋을 것 같다. 오랫동안 기억과 그리움을 남길 수 있는 관계말이다. 일을 수행하는데 성과인 퍼포먼스만큼 리페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결과가 일을 마치고 나오는 것이 아닌 일을 시작하는 자세에서 나오고 일의 시작부터 나오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성취감이 일의 끝단에 맛보는 것이라면 일을 시작하면서 느끼는 선취감 같은 것이 많아지면 좋겠다. 


우리가 선취감에 취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미리 한계를 정해 놓고 일을 시작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미리 겁을 내는 것은 아닐까? 미리 겁부터 먹기보다 우리는 스스로를 응원하며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주변을 보면 새로운 것에 자리를 내주지 않는 것은 없다. 그리고 크고 강한 것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확률로 보면 1/3의 승률을 가지고 있어 우리는 0이 아닌 30프로가 넘는 확률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롭게 싸우면 이길 확률은 배로 커지게 된다고 한다. 즉 새롭게 싸워서 불리할 건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느낀 것은 각자가 배우는 방식도 좋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교재로 배우는데 한계가 있다 보니 유튜브 동영상 강의를 통해 배우게 되면서 자신에게 맞는 강의를 찾아야 했다. 똑 같은 내용이지만 가르치는 방식도 다르고 중요도도 달랐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여러 가지를 따라해 보았지만 생각대로 잘 되지는 않았다. 이것은 강의의 문제가 아니었다. 강의의 내용들이 내가 만들고 싶은 홈페이지와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게 필요한 내용들을 찾아가며 퍼즐을 맞추듯 배워야 했다. 그리고 홈페이지 전체 구성을 배우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기능과 사용법을 함께 배워야 했다. 나는 멋있게 만들고 싶은 욕심을 내려 놓고 가장 심플하게 만들 수 있는 형태로 계획을 수정했다. 러퍼하게 한번 만들어 보고 제대로 만들어 보기로 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연습 방법 역시 똑같이 따라하며 실력을 쌓기 보다 전체적인 기능과 사용법을 먼저 배우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어렵거나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가뿐하게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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