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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Dec 21. 2023

내리막을 달리는 것으로 나를 찾다

52세에 시작하는 자기 계획서

감기몸살로 한달 가까이 고생을 했지만 몸은 여전히 좋아지지 않았다. 감기로 이렇게 오래 고생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결국 회사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쉬어야 했다. 몸 전체가 물속에 잠긴 듯 무거웠고 답답했다. 주사를 맞고 병원을 바꾸어도 보았지만 효과는 없었다. 몸이 안 좋다 보니 건축 홈페이지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더딜 수밖에 없었다. 저작권 또한 나를 괴롭히긴 마찬가지였다. 이것 역시 감기몸살 같이 나를 괴롭혔다. 한국일보와 빚어졌던 저작권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건축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모든 신경이 저작권에 집중되면서 나를 다시 불편하게 했다. 저작권 문제가 새로운 일을 구상하고 도전하는 계기가 되긴 했지만 저작권으로 다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진 않았다. 운전을 할 때처럼 교통사고를 피하듯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싶다.

 

그래서 더디고 지루하더라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갈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해 그 범위를 넓혀 나갈 생각이다. 당장은 경험도 수완도 없어 힘든 일이 많겠지만 이것 또한 내가 새롭게 시작하고 배워 나가야 할 부분인 것이다. 다행히 주변에서 흔쾌히 도와주겠다는 친구들이 몇 명 있어 나는 이것에 좀 더 용기를 얻어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달리기를 잘하고 싶다면 오르막이 아닌 내리막을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한다. 오르막을 달리면 숨이 차올라 한계에 부딪히면 운동을 멈추게 되지만 내리막을 달리면 오르막과 달리 가속이 붙기 때문에 내가 가진 능력보다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하체에 힘을 줘야 하는데 이것이 더 많은 근육이 발달하게 한다. 절박하게 행동할 때 비로소 변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가르쳐주는 것이 없다면 관찰하고 따라해 보며 묵묵히 배워 나아가야 한다.


상대와 대화를 하다 보면 옛날 얘기를 할 때가 있는데 그러면 내가 상대에게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로 돌아갈 것인지를 묻는데, 나는 아직까지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대답하는 사람을 만나지를 못했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때의 고통은 다시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더 많은 자유를 원했고 무한히 성장하기를 원했다. 우리는 봄을 기다리듯 따뜻한 햇살을 원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공부 말고는 허락되지 않은 듯 체벌도 많았고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 때의 일이 생각났다. 1학년 국어 수업에서 글쓰기가 있던 그날은 봄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내가 문예부로 뽑힌 것도 이후 학교 대표로 작문 대회에 나가게 된 것도 이것이 계기가 되었다. 봄을 주제로 글을 쓰게 되었는데 내가 쓴 글이 한바탕 소란을 일으켰다. 나는 이상화 시인의 시를 가지고 우리의 현실을 비판했는데 이것이 교무실에 퍼지면서 수업에 들어오는 선생님마다 글의 일부를 나누어 학생들에게 큰소리로 읽어주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에서 나온 반항이었지만 우리반에서는 유쾌한 함성이 터져 나왔고 이 일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서로를 이해해준 듯 신기하게도 이날 이후 우리 반에서는 더 이상 체벌도 그리고 이것으로 인한 억울함도 없었다.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르게 자라나야 하는 우리는 자유롭게 그리고 마음껏 자라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기다리는 봄에 보리밟기를 하고 이삭을 내밀면 이내 싹둑 잘라 버린다. 정해진 기준과 잣대로 우리의 다름이 그리고 우리의 꿈이 잘려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꿈이 현실에서 자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자만 봄을 바라는 우리 마음의 봄만은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다.”


필요한 것이 남용될 때는 마치 햇살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한 인상이 들 때가 있다. 조너스 소크(Jonas Salk, 1914~1995년) 박사의 말처럼 태양에는 특허를 낼 수 없듯 여기에는 투명한 창이 만들어져야 한다. 저작권이 햇살과 같이 더 많은 자유를 즐길 수 있게 하면 좋겠다. 그러면서 저작권이 최고의 유행을 만들어내고 닮고 싶은 최고의 모델로 거듭나면 좋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천천히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것으로 나의 길을 가보려 한다. 새로운 생각을 찾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나는 건축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닌 다음 여정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내가 꿈꾸는 건축에 한걸음 다가서고 싶다. 나는 내리막을 향해 달리며 변화와 혁신의 근육을 키워 나갈 것이다. 건축에 창을 내듯 햇살이 들게 하고 싶다. 


“저작권이 햇살의 공통어가 되기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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