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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Dec 14. 2023

짜릿함은 준비된 것이 아니다

52세에 시작하는 자기 계획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이것은 책을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전문가의 손을 빌린다 하더라도 홈페이지에 필요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야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나의 경우 건축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처음인 0에서 시작해야 했다. 내가 만드는 홈페이지는 건축 회사와는 달라야 했고 내가 운영하고 있는 건축 블로그의 형식과도 달라야 했다. 나는 우선 홈페이지 만드는 것부터 배우기로 했다. 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하고 유튜브 영상을 보아도 답을 찾지 못했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홈페이지가 존재하듯 홈페이지를 만드는 방법도 홈페이지 제작툴도 다양했기 때문이다. 밤 늦게까지 고민했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내일은 교보문고에 가 봐야겠다.”


이렇게 잠자리에 들고는 나는 백화점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그리고 이곳에서 답을 찾기를 바랬다. 불과 작년만 하더라도 나는 롯데백화점 6층에 위치한 교보문고에 자주 들렀지만 구독으로 책을 보게 되면서 이제 발 품을 팔지 않고 있다. 나는 서점에서 어떤 신간이 나왔는지 살피고 문구나 굿즈를 구경하는 것을 즐겼다. 그리고 서점에서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있고 연인들이 데이트하는 편안하고 즐거운 모습을 덤으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나도 그들처럼 즐겨 보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까치발을 하고서 서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책을 찾아 다녀야 했다. 책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내가 그중 한가지를 선택해서 배우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워드프레스를 배우기로 했다. 전체 홈페이지의 1/3정도가 워드프레스로 만들어질 만큼 퀄리티 있는 홈페이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디자인 테마와 플러그인을 사용할 수 있어 가능하지만 복잡한 편집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드래그앤드롭의 직관적인 편집이 가능한 윅스, 쇼피파이, 위블리가 많이 쓰인다. 윅스는 자유로운 포맷의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적합하고 쇼피피아는 온라인 스토어를 위한 홈페이지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심플한 디자인의 비즈니스 사이트를 만들고 싶다면 위블리가 적당하다고 한다. 


홈페이지를 만들게 되면서 홈페이지와 건축이 닮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건축에 대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건축이 지어질 대지가 있어야 한다. 홈페이지 또한 계획과 함께 대지에 해당하는 도메인이 있어야 하는데 좋은 땅을 찾기가 어려운 것처럼 도메인 역시 좋은 것을 찾아야 한다. 이름은 짧고 사용자가 기억하기 쉬운 것을 골라야 하는데 이런 것들은 남이 사용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과연 내가 좋아하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을까?”


나는 포스트잇을 가져다 내가 좋아하는 이름을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 갔다. 복잡하고 어색한 것은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좋아하는 도메인의 순위를 매겼다. 그리고 이것을 인터넷 주소 입력창에 입력해 보았다. 그리고 내가 입력한 이름이 사용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내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주소에 연결할 수 없음’을 보고 좋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로또의 번호를 맞춘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소리를 질렀고 서둘러 도메인을 구매했다. 이것으로 나는 꿈꾸던 dkb 하우스라는 이름의 대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땅을 마련하긴 했지만 이것이 바로 건물이 되고 홈페이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정원을 만들기 위해 땅을 구매했다고 해서 이것이 바로 정원이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분명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일로 이것이 화려하고 새로운 것이라면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나는 이것을 가볍게 시작하기로 했다. 꿈이 크거나 어려운 것일수록 시작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작게 씨앗을 뿌리는 것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이렇게 시작해 내가다 보면 하나의 작은 꽃밭이 되고 내가 원하는 정원으로 키워갈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꿈 또한 꽃밭에 멈춰 있는 것이 아닌 실천하면서 함께 키워가는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는데 지도 하나를 챙겨서 나서기를 바란다. 자신이 닮고 싶은 대상을 주변에서 찾을 수도 있고 책에서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레이 크록의 ‘사업을 한다는 것’을 가지고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고 있다. 이것을 나는 소설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량에게서 받은 해결책이 적힌 보자기를 꺼내 쓰는 것처럼 사용하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일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일에 대한 기준 즉 디테일이 필요하다. 기준을 만든다는 것은 레고의 블록을 만드는 것과 같다. 전체를 구성하는 기초 없이는 어떤 것도 제대로 서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관심을 가지고 본 것은 레이 크록이 정한 맥도널드의 메뉴 구성이다. 이것은 레고처럼 견고하다. 그는 메뉴의 품질 기준을 정하고 정체성을 지켰는데 이것이 결국 맥도널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만약 그가 성장에만 집착했다면 이루지 못할 성과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디테일에 집중하면서 맥도널드는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와 새로운 메뉴인 치킨과 빅맥, 에그 맥머핀을 함께 성공시킬 수 있었다. 맥도널드의 메뉴에는 핫도그와 같이 속이 보이지 않는 것을 넣을 수가 없는데 이것은 고객이 내용물을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맥도널드가 아침 메뉴인 에그 맥머핀을 탄생시키는데 3년의 시간이 걸렸다 한다. 하나의 히트 상품을 만드는데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걸리는 데는 미리 만들어 놓은 기준을 새로 손보고 개선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기준을 만들고 지키는데 이 정도의 시간을 들여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것의 결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것이 엄청난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 메뉴를 처음 제안했을 때는 맥도널드에 맞지 않는 엉뚱한 발상 정도로 여겨졌다 한다. 샌드위치에 둥근 테플론 틀로 모양을 잡은 달걀 노른자와 슬라이스 치즈, 베이컨, 머핀이 대해진 브런치 메뉴는 맛은 좋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었다. 새로운 메뉴 그것도 아침 메뉴를 추가하게 되면 새로운 인원을 뽑고 교육을 해야 하고 영업시간이 바꿔야 한다. 그리고 팬케이크를 주문에 맞춰 조리해야 하기 때문에 햄버거에 맞춰진 주방 시스템을 새롭게 바꾸고 다시 통합시켜야 한다. 레이 크록이 지킨 것은 기준이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얻은 것은 혁신이라 할 수 있다. 


기준을 만들고 디테일을 가진다는 것은 우리가 하는 일에 혁신의 씨앗을 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일이 있다면 하나의 기준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대하면 좋을 것 같다. 다양한 방법을 찾고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짜릿함은 준비된 것이 아닌 새로운 시도와 노력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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