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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Nov 30. 2023

꿈을 연결시키는 시작점 ‘나의 52’

52세에 시작하는 자기 계획서

추석 연휴와 함께 시작된 감기몸살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임시 공휴일로 쉬는 날이 늘어나서 다행이지 이게 아니었다면 더 많이 고생을 했을 것이다. 누워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존감도 줄어들었다. 내 몸이 새로운 변화에 저항하며 몸살을 하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몸이 아파본 것도 오랜만인 것 같았다. 몇 해 동안 감기 한번 없이 지냈는데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난 듯했다. 혹시, 오십이 넘은 나이를 체감하는 것일까? 나는 자신감을 회복하고자 거실 책장 앞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한권의 책으로 현재의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지쳐 있지만 변화가 그리웠고 도전하는 것으로 현재의 상태를 떨쳐 버리고 싶었다. 나는 새로운 변화를 꿈꾸며 현실에서 좀 더 합리적으로 따라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았다. 그리고 어차피 할 거면 지금의 방식이 아닌 새롭게 시작해 보고 싶었다. 나는 나와 어울리는 늑대 친구를 찾아 그를 따라하며 끝까지 가고 싶었다. 이렇게 내가 꺼내든 것은 레이 크록(Ray Kroc, 1902~1984년) 의 ‘사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나와 같은 나이인 52세에 시작한 그의 행동을 나는 원점에서 따라가 보기로 했다. 


레이 크록이 사업을 시작하여 맥도널드를 세계적인 체인이 될 수 있게 한 것은 그의 나이 52세였다. 어린시절 공상가였던 그가 밀크셰이크용 믹서를 팔기 위해 방문한 맥도널드 형제의 햄버거 레스토랑을 보고 체인점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청결한 매장, 단순한 메뉴 구성, 표준화된 조리법 그리고 셀프 서비스가 그를 변화의 길로 인도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주목한 것은 52세라는 그의 나이였다. 이것은 52세인 나의 나이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묻는 것 같았고 52세가 늦은 나이가 아닌 새로 시작하는 나이인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시작하는 것을 넘어 그처럼 과감하게, 남들보다 먼저 그리고 뭔가 다르게(Be daring, Be first, Be different.)해야함을 의미했다. 그는 52세에 안착하는 대신 강한 확신을 따라가며 맥도널드를 프랜차이즈로 만들었다. 그의 도전은 당뇨와 관절염, 그리고 담낭과 갑상선과도 싸우며 찾아낸 성과였다. 


“나는 꿈을 불태우고 있는가?”


나도 그처럼 어린시절을 공상에 빠져 지냈다. 집은 좋은 공상의 장소였는데 나는 집 뒤로 솟아 있는 산을 바라보며 많은 상상을 했다. 뾰족하게 생긴 바위 산은 내게 평범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곳에는 동굴과 함께 돌로 높이 축대를 쌓아 놓은 곳도 있었다. 이곳을 대나무가 감싸고 있어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곳이 인공으로 만들어졌는지 모른다는 상상과 함께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닮은 내부로 연결된 통로가 어딘가 있을 거라 상상을 했다. 나는 친구들과 어울려 혹시나 있을 단서를 찾아 다녔다. 나는 이것을 지도에 그렸고 그 안의 모습을 상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런 공상이 지금 내게 필요하다. 나의 꿈을 키우고 새롭게 바꾸는데 공상을 필요하다. 


나는 새로운 모든 것들이 공상에서 시작된다 믿고 있다. 인간이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새들이 존재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만약, 어떤 무엇도 날지 않았다면 우리 중 누구도 하늘을 나는 상상은 물론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새가 있어 우리가 하늘을 나는 공상을 이어갈 수 있었다. 새의 날개를 인간의 몸에 붙이는 것으로 아름다운 신화가 탄생했고 비행기라는 새로운 탈 것이 만들어졌다. 루브르의 상징과도 같은 승리의 여신도 킬데빌 언덕 위를 비행한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도 새의 날개에서 시작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새를 모방하는 것으로는 우리의 욕망을 채우는 데는 부족했다. 여기서 공상은 그 진가를 발휘했다. 창의력이 더해지면서 새라는 형상과 프레임에서 벗어나 공상처럼 하늘을 날 수 있었다. 처음엔 눈에 보일 만큼 가까웠던 목표가 어느덧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의 끝으로 향한 것이다.  


나는 다시 공상을 하려 한다. 현재에 안주하는 대신 피라미드 같은 새로운 꿈을 꾸려 한다. 나는 도전이 우연한 기회에서 찾아온다고 믿는다. 이것은 내가 어떤 꿈을 꾸고 어떤 것을 연결하는지에 달려 있다. 마치 레이 크록이 맥도널드 형제가 사용하는 멀티 믹서를 직접보기 위해 캘리포니아 샌버너디노의 매장을 찾는 것에서 맥도널드를 프랜차이즈로 만드는 상상을 한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나도 건축에 대해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글쓰기에 집중하며 연결점을 찾고자 했다. 내가 구상한 것은 답사를 포함시킨 글쓰기였다. 나는 작년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인 충정아파트가 철거된다는 뉴스를 접하고 직접 보러 간적이 있다. 나는 이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직접 대면하는 것으로 우리는 특별함을 느낄 수 있으며 이것을 통해 배우는 것 또한 많다. 역사의 시간을 묵묵히 감내해온 건축을 직접 대하고, 각자가 가진 건축의 흔적을 찾고 과거의 위상도 되짚어 보고 싶었다. 나는 이 일을 시작하기 위해 네이버를 검색해 더 많은 정보를 찾으려 했다. 나는 수많은 건축가들을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검색을 이어갔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리 초라했다. 내가 찾은 것은 20명 남짓으로 이 마저도 옥석을 가리고 나니 그 수는 얼마되지 않았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건축은 없을까?”


누구나 실패와 위험을 피하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열정을 기억으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 나는 52세에 다시 시작하면서 실패와 위험을 피하기 보다 이것에 맞서고 싶다. 가끔은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도전도 해보고 싶다. 앞으로의 삶을 던져진 주사위가 구르듯 운에 맡기고 싶진 않다. 지금의 나에게 반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평범하고 편안하게 살고 싶어하는 자신에게 반기를 들어야 한다. 한없이 약해지는 자신에게 반란을 일으키고 현재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쳐야 한다. 잠에서 깨면 새로운 하루가 되기 위해 다짐을 하고 잠자리에 들 땐 다시 꿈에 빠져 잠들 수 있어야 한다. 반란은 지금의 나를 바꾸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원래의 나를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재의 자신을 내려 놓고 나의 목소리와 발걸음을 찾는 것이다. 반란은 이기거나 쟁취하는 것이 아닌 강하다고 유리한 것이 아니다. 변화를 통해 얻는 것이 많아야 한다. 자꾸 떠내려가려 하는 마음을 붙잡아 물살에 휩쓸리지 않게 해야 한다. 매일을 싸워도 죽지 않을 만큼 싸우고 매일을 져도 포기하지 않을 만큼 반란을 이어가야 한다. 나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싶다. 내가 주도적으로 결정하며 앞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연습하듯 매일을 즐기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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