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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Dec 07. 2023

하나의 사건, 변화의 실마리가 되다

52세에 시작하는 자기 계획서

내가 추석기간에 몸살을 앓은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법무법인으로부터 저작권을 불법 사용했다며 받은 내용 증명도 한몫했다. 몇 개월 전 한국일보의 뉴스 기사를 블로그에 가져다 쓴 것이 문제가 되었다. 콘텐츠에 저작권에 대한 공지가 없어 출처와 기자를 표기하고 사용한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법무법인에서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사용했기 때문에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콘텐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매체와 계약을 하고 사용하거나 링크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동생의 건축 일을 돕겠다며 시작한 건축 블로그에 문제가 생겨 미안함이 더 컸다.  


나는 저작권에 대해 공지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회신을 보냈다. 그러면서 건축 회사에서 배포한 자료를 기초로 만든 콘텐츠에 대해 매체가 모든 저작권을 가질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무법인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저작권에 대한 표기가 없어도 동일하게 금지에 해당하며 어떤 매체도 자신의 콘텐츠에 대해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저작권 문제없이 사용 가능한 콘텐츠를 모아 다시 제출했다. 대부분의 기사와 콘텐츠에는 ‘무단복제 및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하고 문구가 붙기도 했다.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는 영리 목적이 아닌 경우 출처와 저작자를 표시하고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콘텐츠의 저작권이 매체가 아닌 제공처에 있다는 내용도 함께 보내겠다고 했다.


몇 주가 흐른 지금 법무법인에서 연락은 오고 있지 않다. 궁금해서 문제가 되었던 뉴스를 다시 검색해 보니 ‘무단복제 및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추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극적이진 않지만 이렇게라도 바뀐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저작권에 대해 자유로운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이것을 내가 만들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나는 건축을 놀이터와 같이 즐기며 꿈을 꿀 수 있는 도화지 같은 공간을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놀이터 같은 건축 홈페이지를 만들자.”


이것은 나를 다시 과거로 되돌리는 일이기도 했다. 내가 대학에 진학했을 때는 비주얼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하지만 대학에서 새로운 것을 접하면서 나의 전공과 꿈도 바뀌었다. 그런데 건축 홈페이지를 만들기로 하면서 다시 그때로 돌아가 시작하는 것 같은 기분과 즐거움을 느꼈다. 이것은 내가 그때 가보지 못한 다른 길을 가게 해주는 것 같았다. 너무 멋진 일이다. 내가 건축을 하겠다고 했을 때는 이런 행운을 만나게 될지는 몰랐다. 내가 열정으로 살았던 그때로 돌아가 다시 경험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나를 설레게 했다. 나는 이것에 더 많은 열정을 쏟기로 했다. 무엇이든 시작하는 게 힘들지 시작만 하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0에 불과하던 나의 내공이 쌓이면서 1로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0에 머물렀다면 생각해보지 못할 변화이고 도전인 것이다. 나는 이러한 노력이 내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라 믿는다. 작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작은데 머물게 된다. 생각에 여분을 가지고 긍정과 열정으로 채워 나가야 한다.  


내가 일에서 제일 먼저 은 이름을 짓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해 낸 것들은 죄다 판에 박힌 것들뿐이었다. 그래서 조바심을 내지 않고 기다렸고 이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주 가까이 지나자 내가 기다리던 이름이 똑똑 노크를 하고 찾아왔다. 내가 찾은 것은 dkb 하우스로 우리가 놀던 두꺼비집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나는 이것을 바로 로고도 만들었다. 나는 텍스트를 변형시켜 만드는 로고를 좋아하는데 이렇게 하면 한글이 피라미드에 있을 법한 상형문자 같아 보이게 된다. 내가 따로 설명을 곁들이지 않아도 되고 화려하지 않아 나는 이 방법을 자주 사용한다.


안 좋은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좋은 결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서 해피엔딩으로 기억되게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시간이 안 좋은 추억으로 남거나 평범하게 잊히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의미가 없어지는 것,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목표를 너무 낮게 잡거나 평범하게 대하기 때문은 아닐까? 이것은 내게 득이 되지 않을뿐더러 이것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또한 적다. 이것은 현재가 아닌 미래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록 지금은 실력이 없어도 최고를 꿈꾸고 생각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야 한다. 남과 다른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 수 있어야 하고 아이디어를 무기로 거인과 싸울 수 있어야 한다. 성장은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기 능력의 40프로까지만 쓰게 되면 포기가 쉬워진다고 한다. 우리가 목표를 높여 도전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지금의 두꺼운 시간을 관통하고 나면 나는 내가 만든 건축 홈페이지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기대를 갖고 들어와 재미있게 즐기게 하고 싶은 바람이다.


삶에서 결핍은 거대한 원동력이 되어 최고를 향해 움직이게 한다. 회상해 보면 나의 과거는 실패로 끝난 일들이 많았다. 초등학교 시절 병을 주워 팔면 돈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들과 리어카를 끌고 나간 적이 있는데 이것은 나의 첫 번째 실패였다. 우린 병을 한가득 싣고 돌아오는 꿈을 꾸었지만 우린 결국 병을 찾지 못했다. 근처에 있는 버섯 농장에서 재배가 끝난 병을 청소하는 일을  적이 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였다. 숨어있는 병을 찾는 것에 비해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틀렸다. 병 속에 단단히 박힌 톱밥은 아무리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해도 빠지지 않았다. 한 번은 선배의 부탁으로 그가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를 학교에서 판매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나는 바쁘게 교실을 돌며 팔았지만 몇 장의 카드를 잃어버리면서 나는 오히려 큰돈을 몰래 대신 물어야 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장사를 했다는 이유로 교무실에 불려 가기도 했다. 미술학원 강사 제의를 받고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이것 역시 실패였다. 나는 스무 명 가까운 입시생을 가르쳤는데 내가 받은 월급은 초라할 정도로 작았다. 자전거를 렌트하여 돈을 번 적이 있는데 한 달 동안 빌려주고 받는 수익이 괜찮았다. 그런데 상대가 빌려간 자전거를 잃어버리면서 결국 내게 남는 것은 없었다. 수익으로 따지면 몸이 힘들긴 해도 막노동이 최고였다. 그래서 나는 공사장 일을 닥치는 대로 하기도 했다.


나는 어렸고 쉽게 생각하면서 여러 일들이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면서 나를 화나게 했다. 이것은 내가 어려 대상을 눈으로만 들여다보고 마음으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의 시각으로 나의 일을 다시 들여다보려 한다. 그러면서 독단에 빠지 않고 새로운 전환점으로 만들어 보려 한다. 새롭게 도전하는 것에서 많이 배울 수 있고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것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이것을 꿈으로 키워가는 일은 내게 없던 정원을 만드는 것과 같다. 내게 없던 것을 가져오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나에게 여유, 즉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유는 비워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움직이고 무엇을 할 때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여유의 다른 이름은 배짱이 되는 것이다. 내속에 존재하고 있는 두려움을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 이것이 여유이고 이렇게 해서 생겨나는 공간이 나의 정원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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