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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Jan 25. 2024

시간은 우리에게 기회들로 다가온다

52세에 시작하는 자기 계획서

“변화는 어떻게 찾아오는 것일까? 우연한 기회일까? 아니면 이것에 대한 간절한 바램 때문일까?”


거실의 카페트를 바꾸고 싶다는 아내의 얘기를 듣고는 고민에 빠졌다. 아내는 오래된 카페트를 바꾸어 집안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했지만 컬러를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해 보였다. 카페트가 구석에 있다 보니 새것으로 바꾼다 해도 눈에 잘 띄지 않을 것 같았다. 더 큰 변화가 필요했다. 나는 발코니쪽에 있던 소파를 거실 중앙으로 옮기고 이케아에서 파란색 카페트를 사다 중앙에 깔았다. 그리고 거실 중앙에 있던 테이블을 발코니로 옮겼다. 몬스테라며 뱅갈고무나무를 창쪽에 줄지어 놓으니 거실이 분위기 좋은 카페로 바뀌었다. 주말 아침 햇살을 받으며 가족들이 그곳에 모여 브런치를 즐기게 하자 감탄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변화의 크기가 집과 가족 모두의 기분까지 바꾸어 놓았다. 새롭게 도전하거나 변화의 크기를 키우는 것으로 예상치 못한 발견과 즐거움을 누릴 수가 있는데 이것이 혁신의 방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 1926 ~ 2018년)가 설립한 스웨덴 가구 소매업체 이케아는 가구를 조립하는데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에서 혁신을 찾았다. 테이블에 다리를 붙이면 비용이 발생하고 배송비도 비싸지기 때문에 가구를 조립하지 않고 슬림한 박스에 담아 싸게 팔 수 있었다. 그러나 이케아의 낮은 주문가에 스웨덴 가구 제조업체들이 분노해 집단으로 거래를 거부하면서 이케아는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파산에 직면한 이케아는 1950년대 중반 발트해 건너 싼 노동력과 가구의 주재료인 풍부한 나무가 있는 폴란드에 주목했다. 하지만 당시 폴란드는 단점투성이었다. 폴란드는 공산주의 국가였고 가구 제작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 이시기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고 쿠바 미사일 위기로 핵전쟁 직전까지 갈만큼 냉전의 분위기는 정점에 있었다. 하지만 이케아는 경제적 오지와 사상적 한계를 창의력과 대담성으로 극복했다.


단점은 우리가 피해야 하는 것이지만 단점이 멋짐과 탁월함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단점이 성공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데 이것이 새로움을 찾고 발견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여러 대안을 찾고 단점과 약점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강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단점과 불편함과도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시간은 우리에게 기회들로 다가온다.


시간적 여유가 우리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신년이 되면 모두가 책 10권 읽기, 5kg 다이어트 하기 같은 계획을 세우는데 나는 신년 계획을 최근에야 세울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몸도 마음도 변화를 거부하는 듯하다. 비와 눈이 자주 내려 등산을 못 가게 되면서 주말 오후 헬스장에 들러 운동을 했다. 가볍게 기구를 들고 러닝머신을 달리는 것으로 늘어지는 자신과 싸워 보았다. 나는 신년 목표를 하루 한명 만나기로 정했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이름과 전화번호부터 한명씩 챙겨 보기로 했다.


나의 직장 선배였던 사부에게 전화를 했다. 새해들어 전화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부가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자주 연락하겠다고 했지만 사부가 바로 일을 시작하면서 사부는 예상대로 바쁜 새해를 보내고 있었다. 사부는 새로 출근한 회사에서 워크샵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부는 우리가 하는 일에 불편함이 없는지 묻고 걱정해 주었다. 사부가 자리를 잡으면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일하는 부서에서 작년 5명이 정년퇴직을 했지만 이중 새로 일을 시작한 사람은 사부뿐이었다.


내가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것은 7년전 친척 모임에 참석하게 되면서였다. 처갓집 친척들이 청주에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는데 사업을 하시는 이모부님이 던지듯 내게 질문을 했고 이것은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 나의 이름을 크게 불러 나를 보게 하고는 언제 회사를 그만둘 것인지를 물으셨다. 이것은 ‘정년까지 얼마나 남았니?’를 묻는 것과는 다른 질문이었다. 그러면서 내게 정년퇴직을 하고 일을 새로 시작하려고 하면 절대 못한다는 말을 해 주셨다. 나는 고민하고 있다고 대답했지만 사실 질문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는 사실 어떠한 고민도 노력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이 질문에 고민했다.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 그리고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만약 이 질문이 없었다면 나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이 질문을 지금 받는다면 과연 나는 7년 후 답을 찾아 이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아찔함과 함께 일찍 듣고 생각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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