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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Feb 01. 2024

이것은 이상한 사랑인지도 모른다

52세에 시작하는 자기 계획서

2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건축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교보문고를 다녀온 것을 시작으로 나는 인터넷에서 필요한 자료들을 찾고 도메인을 등록하고 워드프레스 툴을 배우면서 두 달여 만에 홈페이지의 초안을 만들었다. 자칫 평범해질 수 있었던 홈페이지가 수정을 거치고 레이아웃을 바꾸면서 이젠 제법 모양을 갖추었다. 나는 홈페이지에 필요한 글을 쓰기 위해 찾아다녔고 고민도 많았고 노력도 많았던 만큼 성과도 컸다. 이것은 서두르지 않고 스스로 긴 시간을 두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찾은 변화였다. 그런데 이렇게 노력을 했고 홈페이지의 초안을 마쳤음에도 이상하게 걱정이 밀려왔다. 이것은 내가 처음에 기대했던 성취감도 가뿐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가 홈페이지를 완벽히 구현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다음 여정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컸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는 내가 호기심과 재미로 여기까지 왔지만 앞으로는 홈페이지를 전문가의 손에 맡기게 되면 취미가 아닌 일이 되고 직업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일에 책임이 필요하고 힘듦을 견뎌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것은 이상한 사랑인지도 모른다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여행과도 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외로운 짝사랑인지도 모른다. 나의 마음에 이끌려 홀로 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내게 고독의 시간이었고 생각의 시간이었다. 홀로 앉아 처음과 마주하며 새로움을 찾아가는 것으로 이것은 즐거우면서 동시에 외로운 시간이기도 했다. 이것은 어두운 길을 걸어갈 때와 같이 믿음이 필요했고 용기가 필요했다. 이 일을 이어간다는 것은 내가 이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함을 의미한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지만 고독함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기도 했다. 나는 모든 생각을 내려 놓고 몇일간 쉬기로 했다. 열심히 만들던 홈페이지도 열심히 쓰던 글쓰기도 책을 접듯 잠시 내려 놓기로 했다. 그리고는 미루어오던 휴가를 떠났다. 바다가 보고 싶은 충동에 가족들과 함께 아무런 준비도 없이 떠났다. 새벽 부산을 향해 떠났다.


돌이켜 보면 나는 고민이 많아지고 답답할 때면 홀연히 먼 곳으로 떠났다. 그리고는 세상의 뾰족한 끝으로 향했다. 공부가 막혀 답이 보이지 않던 그때 나는 친구들과 어울려 높은 산정상에 올랐고 바다를 보기 위해 열차를 타고 부산과 동해를 가기도 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다녀오고 나면 풀릴 것 같지 않던 근심이 사라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때의 나는 이것이 장소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러면서 친구들과 나눈 동질감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찾아간 태종대에서 나는 커다란 윈도우를 앞에 두고 카페에 앉아 바다를 내다보았다. 그리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젠 중년의 나이가 되었지만 나는 그때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과거에 도취되자 모든 것이 과거로 되돌아간 듯 느껴졌다. 이곳을 찾은 나의 풀리지 않는 마음도 그때와 같았고 추운 날씨와 매섭게 부는 바람도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한가지 바다만은 그때와 달랐다. 나는 출렁이며 부딪히고 부서지는 파도를 기억하고 기대했지만 바다는 시간이 멈춘 듯 어떠한 미동도 없어 보였다. 나는 바다에서 내가 고민하는 것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야성을 드러내며 출렁이는 바다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것에 용기를 얻고 싶었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나는 본능을 뿌리치고 파도처럼 부딪치기로 했다. 마침표가 아닌 느낌표를 향해 나아가기로 했다. 나는 이것을 일이 아닌 여행으로 대하며 즐기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여행과 같이 즐거움으로 바꿔 놓기로 마음먹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미로 찾기로 즐기고, 요동치는 마음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즐기기로 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외로움을 이겨내고 많은 변화를 맞이하기로 했다. 


“나는 당당히 새로운 길로 걸어 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새로운 그릇에 담을 것이다. 이런 이상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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