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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May 30. 2024

5년만의 외출

<뚜꺼삐 주식회사>

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와는 비교가 되진 않겠지만 정말 오랫만에 여행을 가게 되었다. 목적지는 베를린 그러나 여권이 오래전 만료되면서 이전에도 여러 번 기회가 있었지만 가는 것을 포기했었다. 하지만 더는 이렇게 미루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늦게야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듯 긴박하게 진행한 일정이었지만 여권을 등기로 신청해 일찍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원래 계획대로 출발할 수 있었다. 항공의 경우 예약이 늦어져 출발 하루 전 겨우 확정을 받았고 티켓팅에서도 문제가 생겨 마음 졸이며 비행기를 타야 했다. 따지고 보면 스스로 준비를 안 해 놓으면서 생긴 문제이고 결과였다. 결국 자업자득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나중에 가야지 하며 여행 가는 것을 미루고 여권도 만들어 놓지 않은 게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여행을 좋아하고 외국에 살고 싶어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것의 계획을 미루게 되면서 그때의 생각과 감정도 함께 사라지고 식어갔다. 그리고 이것은 점점 더 많은 것을 무덤덤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드는 생각은 차라리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고 미루더라도 짧게 미루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촉이 필요한데 언제 떠나더라도 이 촉이 사라지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을 고통이 아닌 즐거움으로 맞이할 수 있게 말이다. 


여행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옛날 꿈꿨던 여행은 미지의 곳으로의 여행에 정해진 목적지나 가고 싶은 곳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치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기차 중 먼 곳으로 떠나는 것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착하는 곳이 현재의 모습과 동떨어진 곳에서 생활하고 싶었다. 이번에 다시 여행을 준비하자 이런 과거의 바램들이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 ‘어디 한번 이것을 즐겨 볼까?’하는 생각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옛날의 기억을 살려 조금 더 먼 곳으로 그리고 조금 더 낯선 것들을 찾고 만나볼 생각이다. 마치 긴 잠을 깨고 일어난 곳에서 내려 그곳이 어딘지 찾는 여행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놀래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곳의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하여 그곳을 알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것은 장소에만 머물지 않고 그곳의 수많은 사람들을 확인하고 살피면서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지 살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찾기는 그냥 바깥으로 보이는 모습에 머물지 않고 숨겨진 것들을 찾는 노력도 같이 이어갈 것이다. 이 시간은 나에 대한 통찰의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나의 과거를 돌아보고 바꾸는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여행이란 어쩌면 나를 찾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다른 곳에 숨어 있는 나를 찾는 것일수도 있고 또다른 나를 만나는 것일수도 있다. 그래서 여행은 평상시와는 다른 걸음으로 걸으며 자신이 느껴보지 못한 것들을 그곳에서 느끼고 오는 시간인 것이다. 동물들이 자신의 흔적을 남기며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것과 비슷하게 우리는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에서 그 흔적과 감동을 가지고 돌아온다. 누구는 많은 것을 채워 이것을 에너지로 사용하기도 하고 반대로 누구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을 여행지에서 풀고 비우고 돌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은 누구에게는 힐링이 되고, 누구에게는 충전이 되고, 또 누구에게는 영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나에게 여행이란 변화의 기회이다. 이것은 툭툭 마주치는 새로운 것들 그리고 모르는 것들과 마주치는 연습이다. 그래서 나의 여행은 비움과 채움의 중간 상태라 할 수 있다. 마치 나 자신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고르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니고 이렇게 고른 것들을 선물할 수 있게 예쁘게 포장해가는 것이라 하겠다. 마치 어린 아이가 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바구니를 채워가는 것과 같이 말이다. 


당신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당신은 비움을 원하는지 채움을 원하는지 질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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