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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Jul 04. 2024

시작이 중요하지 않다

<뚜꺼삐 주식회사>

시작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무언가를 멈추지 않고 계속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한번 미룬 것이 오늘이 되고 내일이 되며 기약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그러면서 이것에 적응하며 회피하듯 살게 되는 것 같다. 이젠 그러지 않기로 했다. 아니 이젠 멈추지 않아야겠다. 말로 시작하든, 글로 시작하든, 생각으로 시작하든 어떤 것이든 이것을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미루던 안과에 가기로 했다. 안과에 가야겠다 생각한 것은 한참 전으로 나의 눈은 피곤했고 글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의 글쓰기가 문제였다. 나는 글쓰기에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글을 쓰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렇게 시간은 늘어났다. 또 한 번에 여러 글을 쓴 것도 문제였다. 오전에 A라는 글을 쓰면, 오후에는 B라는 글을 다시 저녁에는 C라는 글을 쓰고 자기 전에는 새로운 글을 준비했다. 이렇듯 나는 아침에는 새와 같이 벌레를 잡고, 점심때가 되어서는 염소와 같이 풀을 뜯고, 저녁이 되어서는 사슴을 사냥하고 잠자리에 들 때는 올빼미같이 꿈을 꾸었다.


대형 병원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았다. 한시간 반을 기다릴 수 없어 가까운 작은 병원으로 갔다. 솔직히 그렇게 긴 시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기는 어려웠다. 이렇게 병원을 다른 데로 바꾸면서 모든 검사를 의사에게 직접 받을 수 있었고 몰랐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내 눈이 한쪽은 멀리 보고 다른 한쪽은 가깝게 본다는 것을~  


하늘은 어두웠고 비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오후에는 산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오늘은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모두가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를 앞세우고 걸었다. 왜 쌍두마차가 생각났는지는 모르지만 이 모습에서 그런 멋스러움이 느껴졌다. 모락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데 거기선 차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내게는 이게 물소리로 들려 좋다. 이 소리는 나를 상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물소리가 아님을 알면서도 터널을 통과하면 있는 계곡에서 나는 소리가 아닐까 기대하는 것이다. 수십 미터의 줄을 이루어 분주하게 움직이는 개미들을 보니 비예보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어제는 공원 운동장을 힘들게 달렸다. 누군가 나를 제치면서 내가 못 달린다는 것을 그리고 달리기를 오래 쉬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튀어나온 배와 늘어난 몸무게를 원망하며 또 빠르게 달리는 상대를 부러워하며 달렸다. 나는 상대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고 한 명을 추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다른 사람으로 내가 찾는 흰색 티셔츠가 아니었다. 운동장을 일곱 바퀴정도 달리니 흰색 티셔츠 역시 달리기가 힘들었는지 무릎을 잡고 몸을 숙인 채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부러웠던 상대 역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산에서도 어제 달리기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내가 그를 앞질렀지만 그와는 좀처럼 간격이 벌어지지 않았다. 상대는 나를 추격하듯 뒤따랐고 그래서 우리는 수분간 어깨를 맞대고 걸어야 했다. 마음이 불편해지면서 많은 생각이 내 머리속을 지나갔다. 나를 불편하게 했던 고민들이었고 그중 하나가 나의 홈페이지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2개월 전 dkb 하우스를 오픈했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은 방문자 수에 놀랐다. 나는 홈페이지에 몇 명만 들어와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불과 2주 만에 몇 달치의 목표치를 넘어섰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이 숫자를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다. 그런데 최근 몇일 상황이 바뀌었다. 아니 방문자 수가 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수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첫날도 둘째날도 또 그 다음날도 똑같았다. 이것은 내가 목표에 빨리 가는 데만 집중하면서 생긴 문제였다. 나는 천천히 나아가기로 스스로 약속하고서도 주변의 반짝임에 마음을 빼앗겼던 것 같다.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거세 졌다. 이어 비도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지하철이 마지막 정거장에 도착해 온갖 것을 떨궈내기 위해 공기를 내뿜으며 모든 문을 한꺼번에 열고 흔드는 듯했다. 다행히 우비를 가져가서 큰 불편은 없었지만 내가 일찍 출발했다면 이 비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낮잠을 자고 미루면서 몇시간 늦게 나설 수 있었다. 어떤 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까? 계획대로 빨리 출발했다면 비를 맞지 않고 산행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늦게 나오면서 대신 산에서 비를 즐길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비가 내리면서 11마리의 두꺼비를 볼 수 있었다. 처음엔 후회도 들었지만 이것은 두꺼비를 만나면서 11번의 놀라움, 11번의 웃음, 11번의 기쁨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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