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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Jun 27. 2024

내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는 것은~

<뚜꺼삐 주식회사>

얼마전 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선 적이 있는데 자동 매표기는 어렵고 불편했다. 이것을 찾는 것도 어려웠고 이것이 놓인 위치도 모호했다. 많은 노선을 한 번에 표기하다 보니 복잡하고 사용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짧은 줄인데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나라고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약간의 신경전을 벌이고 나서야 발권을 할 수 있었다. 


오후 늦은 시간, 태양이 지평선 가까이 내려 앉으면서 노란빛으로 바뀐 플랫폼은 제법 운치가 있어 보였다. 사막을 배경으로 플랫폼이 들어서 있는 듯한 모습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모습과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내가 표를 끊고 플랫폼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광경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승강장 끝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한사람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는 바닥에 놓인 커다란 가방 위에 흰 티셔츠에 검은 모자를 쓰고 앉아 있었다. 남의 시선으로 본다면 티셔츠에 샌들을 신고 있는 평범한 중년 아저씨였다. 그러나 그가 입고 있는 티셔츠에 GS라 적힌 글자를 보고 그가 평범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GS는 BMW의 듀얼퍼퍼스, 어드벤처 바이크 장르로 오프로드와 세계일주를 꿈꾸는 사람들의 로망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성큼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GS 타시나 봐요?" 

"네 몽골로 8박 9일 동안 타고 왔어요." 

"얼마전 루달님이 몽골에 정착을 하여 코스를 만들었다 들었는데 거기 다녀왔나 봐요." 

"GS오딧세이 몽골 어드벤처 투어를 다녀왔어요. 이 티셔츠도 완주하고 받은거구요." 


예상대로였다. 그는 내가 한때 동경했던 몽골의 대자연을 바이크로 즐기고 오는 길이었다. 그의 구릿빛으로 변한 얼굴에서는 투어의 성취감이 느껴졌다.  


"정말 좋은 경험하셨네요. 바이크 타기에 날씨가 너무 좋지요?" 

"네 좋았어요. 그래도 밤에는 추워서 고생 많이 했어요." 

"바이크는 원 없이 타고 왔겠네요. 부럽습니다~" 

"사막이 많아 모래에 바이크가 빠져 고생 많이 했어요.” 

*모래에 빠지면 선수라도 방법이 없어요."


내가 일방적인 질문을 이어가는 것 같아 이 정도로에서 이야기를 끝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가 다음 얘기를 들려주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외모로 보면 우리 둘다 조용한 성격이라 만약 우리 사이에 바이크라는 연결고리가 없었다면 공항은 물론 리무진 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모르는 사이로 무덤덤하게 스쳐 지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일은 나를 설레게 했다. 최근에는 내가 설레어 본적 없는 바이크를 다시 타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까지 하게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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