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감내하며 살지 않기
<뚜꺼삐 주식회사>
잠실 야구장에 다녀왔다. LG 트윈스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를 보기 위해 직원들 여러 명이 함께 가게 되었다. 그날 경기는 만석일 만큼 사람들이 많아 긴 시간 줄을 서고서야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미 경기가 시작되면서 기아가 3점을 앞서 있었고 9회말 LG의 역공이 없었다면 경기는 지루하게 끝날 뻔했다.
내 옆에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응원을 하고 있어 나는 눈 앞의 경기보다 그 아이를 더 재미있게 본 것 같다. 그는 타자가 등장하면 선수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을 했고 노래가 나올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청껏 따라 불렀는데 내겐 이것이 놀랍고 기특해 보였다.
나의 경우 특별하게 좋아하는 스포츠도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도 없다. 그저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큰 일이 있을 때만 잠깐 관심을 가지는 정도다. 그래서 이 부분은 내게 항상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기도 하다. 진정한 팬까지는 아니어도 아이들을 데리고 경기장을 다니고 같이 응원도 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상상해 보았다. 이번 휴가 때 가족들과 야구 경기를 보러 것은 어떨까? 8월말 여수를 가기로 했는데 광주에 들러 야구 경기를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여행에 경기장을 하나씩 포함시켜 보는 것이다. 경기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가는 찐팬도 있지 않는가?
나도 어릴 때는 야구를 좋아했었다. 매일같이 친구들과 어울려 야구를 했고 또 야구 얘기를 했다. 우리는 멀리 있는 운동장에 가는 대신 집앞 골목길이며 창고가 있는 공터에서 야구를 했다. 그래서 우리의 야구장은 길쭉한 사각형 일때도 둥근 타원 일때도 있었다. 담장은 멋진 가림막이 되어 주었고 커다란 나무나 블럭은 1루와 3루가 되어주었다.
얼마전 야구에 관한 뉴스를 아주 부럽게 바라본 적이 있다. 메이저리그 MLB에서 대학생 투수 쥬안젤로 세인자를 소개했는데 그는 오른손과 왼손을 모두 쓸 수 있는 스위치 투수였다. 그는 우완투수와 좌완투수가 가능한 선수로 양손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필요로 하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 야구 용품을 만드는 윌슨에서 그를 위해 양손잡이용 글러브를 만들어 주면서 그는 글러브를 2개씩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했다.
나는 왼손잡이다. 어린시절 왼손잡이용 글러브를 찾으려 노력도 해보았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친구들과 야구를 할 때면 이것 때문에 불편을 겪어야 했다. 공이 날아오면 글러브를 낀 왼손으로 공을 받으면 이 공을 다시 던지기 위해서는 매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우선 받은 공을 오른손으로 잡고 글러브를 오른쪽 겨드랑이에 넣어 왼손을 꺼내 공을 던져야 했다. 그때 오른손으로 던지는 연습을 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아니면 왼손잡이용 글러브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그랬다면 내가 야구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기지 않았을까?
앞으로 내가 야구를 다시 시작할 가능성은 적지만 왼손에 치중된 나의 습관을 조금씩 고쳐봐도 좋을 것 같다. 나의 인생인 나의 리그에서 스위치투수가 되어 보는 것이다. 아니면 나의 왼손에 맞게 새로운 도구들을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다. 이대로 불편함을 감내하며 사는 것이 아닌 현재의 모습을 조금씩 내 것으로 바꾸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