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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Aug 29. 2022

04. 시간이 간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에세이] 나는 퇴사에 실패했다

  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신의 망상과 고집을 버리긴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누구나 하게 되는 것이 돈 걱정이지만 퇴사와 연관 지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것 또한 돈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또 이것에 더해 사회 생활을 하는 데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생활이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좋은 잣대이긴 하지만, 동물이 평생을 먹을 것에 집중하며 살아가야 하듯 우리도 돈과 부에 자유롭지 못한 것을 보면 별반 다르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 문제를 고민하며 방법을 찾고자 유튜브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유튜브 알고리즘이 어떻게 나를 독파해내는지 퇴사 후의 돈 관리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퇴사를 반대하는 경고들로 페이지를 채우며 우울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늘어져 있는 나에게 점심을 나가서 먹자고 권한 건 아내였습니다. 간밤에 차사고가 나는 꿈을 꾸어 내키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집안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저기압 태풍의 중심을 만들어 놓은 미안함은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평소보다 조심하여 운전하는 것으로 지난주 찾아 갔을 때는 무슨 이유에서 인지 문을 닫아 식사를 망쳤던 간장게장 맛집을 다시 찾아 갔습니다. 가게가 문을 연대다 다행히 붐비는 시간을 피하면서 맛집 치고는 다행히 손님이 많지가 않았습니다. 무한리필 집이었지만 점심시간이라 우리는 먹는데 부담이 적은 만이천원짜리 게장 정식을 시켜 식사를 했습니다. 정식이지만 게장이 종류별로 나오고 탕까지 나오다 보니 부족함이 없는 한상차림의 식사였습니다. 그런데도 무한리필을 주문한 손님들의 식탁에 분주하게 음식들이 놓이는 것을 보니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우리 너무 없어 보인다.” “다음부터는 무한리필 없는 집으로 가자.”며 아내에게 말하는 것으로 이런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현재의 상황을 넘기려 했지만 어쩌면 이것이 당연한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씁쓸함이 느껴졌습니다. 소박해지는 것으로 욕심과 문제를 많이 해결할 수 있는데도, 왜 이것에 집착하고 미련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돈에 대해서는 내가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면서 여러 매체의 경고에도 이를 간과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대출의 비중을 늘리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부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행동은 모두 욕심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커진 욕심은 마치 카지노에서 돈이 내 것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를 미련과 욕심 사이를 방황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서야 하고 핸들을 다시 틀어야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 어려운 것 또한 현실입니다. 정식 메뉴를 주문하여 맛나게 즐기면 될 일을 마음은 아직 이리저리 요동치며 걱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검소하진 못하더라도 허상에 매달리며 미래를 망가뜨리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전부가 아니더라도 나의 바램에서 욕심과 허상을 조금씩 걷어 내고 싶습니다. 시간이 간다고 해결되는 것이 없겠지만 모호하고 엉망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미래로 퍼 나르는 일은 멈추고 싶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시간도 기록에 대한 집착도 버리고 초심자의 마음이 되어 다시 달리고 싶습니다. 초심에는 분명 시작에 답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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