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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Oct 10. 2022

02. 팔각정 온 더 문을 상상하며

트렌브랜_내가 만드는 트렌드 브랜드 공식

  회사 선배와 저녁 약속을 하고 옛날의 운치가 아직 남아 있는 골목 한 켠에 위치한 포차를 찾아갔습니다. 주변이 아파트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이곳의 분위기도 어느덧 어수선하게 바뀌었습니다. 나는 길 한쪽을 차지하고 들어선 가림막과 불편하게 바뀐 노면을 지나 도착한 포차에서 선배를 기다렸습니다. 저녁 장사에 맞춰 손님들이 하나 둘 가게로 들어오면서 자리가 채워졌습니다. 나는 인기척이 날때마다 선배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출입구 쪽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다시 출입구가 열리고 손님 한쌍이 들어섰습니다. 나는 “이번에도 아니네”하며 혼잣말을 하며 시선을 돌리는데 그들의 격양된 목소리가 나를 멈춰 세웠습니다. 그들은 포차 안에 켜 놓은 TV에서 나오는 누리호의 발사 장면을 가리키며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신이 나서 “한국 사람들 참 대단해. 작정하면 다 해낸다니까.”를 연발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둘 사이의 대화라 하기 보다 “우리 잘하는 건 인정하자.”며 모두에게 구하는 동의이고 자랑이었습니다.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들어진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두번의 도전 끝에 성공하게 되면서 이것을 본 국민들의 찬사와 함께 한 마음을 만들어 냈습니다. 6월 누리호가 목표 궤도에서 위성 분리에 성공하면서 단계를 높여 8월 한국의 첫 달 탐사선인 다누리호가 발사되어 595만 km라는 달로 가는 넉달반의 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다누리호가 계획대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면 한국은 세계 7번째의 달 탐사국이 되는 명예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주 탐사를 늦게 시작했으면서도 대견하게 보이는 이유는 조급히 목적을 달성하는데 집착하지 않고 탄도형 달 전이방식인 태양을 향해 이동했다가 지구 쪽을 돌아 달에 접근하는 길고 오래 걸리지만 의미 있는 여정을 선택하며 우주에 대한 빅픽처를 그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주는 이제 탐사의 단계를 넘어 여러 나라가 이주를 위한 장소로써 황무지인 화성과 흑백의 달이 최적의 후보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도전은 우리에게 설렘과 함께 상상의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달을 친근하게 대하는 데는 육안으로도 구분될 만큼 선명하게 미니문과 슈퍼문의 변화를 살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달을 고요한 밤시간을 골라 바라보는 것으로 호기심과 함께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미래에 우리가 고요한 달에서 살게 된다면 우리는 지구를 바라보며 바쁘고 분주한 모습을 많이 그리워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달에 어떤 집을 지으면 좋을지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흑백의 경치를 품고 있는 달에 팔각정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달을 보며 팔각정을 상상하게 된데는 팔각정이 가진 둥근 모양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둥근 모양으로 사각의 지붕 모퉁이를 다듬으면서 안정적인 팔각의 형태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렇듯 숫자 8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원자의 세계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숫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궤도에 전자가 8개까지 들어갈 수 있는데 그 수가 8개 일 때 가장 안정적이 된다고 합니다. 이렇듯, 팔각정은 8개의 처마 능선을 곡선으로 아름다운 비례를 만들어 냅니다. 또한, 팔각정 모양의 기초가 되는 것이 탑골공원의 팔각정인데, 고종이 대중을 위한 해외 연주의 장소로 지어져 학생들의 3.1운동 장소가 되기도 했던 팔각정은 출발점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팔각정의 처마는 새의 날개를 많이 닮아 있습니다. 큰 날개깃과 작은 날개깃이 겹쳐진 유선형의 처마는 마치 파랑새의 모습과 같습니다. 지구가 자전에 맞춰 회전하는 별들 사이에서 북극성을 찾아 날아가는 파랑새의 날개 같습니다. 광활한 우주 아래 파랑새를 닮은 팔각정의 처마를 상상해 봅니다. 또 그 아래서 우리가 새처럼 둥지를 틀고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려 봅니다. 우주라는 웅장함 아래 그리고 처마가 만드는 우아함 아래서 새처럼 우주까지 날아오르는 설렘 가득하고 가벼운 상상을 해 봅니다. 마치 둥지에서 태어난 새가 첫 비행을 막 시작하듯 팔각정 온 드 문을 그리며 상상해 봅니다.

> 팔각정은 파랑새의 모습으로 우주까지 날아오르는 설렘 가득한 꿈을 꾸기에 알맞은 공간입니다.

  이미지 출처: https:// 64.media.tumblr.com/e205f5b187a0af6bfa52c7acc3415635/tumblr_ otpd7vkVEw1ulm3qmo6_128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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