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

생활

by 하모남

살아가면서 목욕과 이발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한다. 군복을 입고 근무하는 나로서는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이발을 하는 편이다. 시골지역에서 근무하다가 시내로 근무지를 이동하면서 다니던 이발소가 있다. 할아버지가 운용하는 이발소다. 그 이발소를 십 년 넘게 다녔다. 오랜 세월 다니다 보니 할아버지의 웬만한 가정사는 다 알게 되었다. 가격도 저렴하여 큰 부담이 없었다. 나는 나름 이발이 마음에 들었는데, 아내는 내가 이발을 하고 나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늘 불평을 쏟아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할아버지 이발소에서 근무지 옆에 있는 미장원으로 옮겼다. 사무실 용사들이 월 2회 정도 다니는 미장원이다. 다른 곳보다 군인 아저씨들이라며 이천 원을 할인해 주시는 곳이다. 매번 할인을 해주시는 따듯한 마음을 가진 원장님이 어떤 분인가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나도 이발소에서 미장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있는 작고 소박한 미장원이다.




원장님은 사십 대의 젊은 원장님이었다. 인상도 좋으시고 마음이 따듯한 분이다. 처음 미장원을 들어가니 반갑게 맞아 주었다. 또한 동대 용사들의 이발비를 매번 할인해 주시는 것에 감사 인사를 드렸더니 별거 아니라며 가볍게 웃어넘기신다. 용사들을 책임지고 있는 지휘관으로써 당연한 인사였다. 그렇게 인연이 되었다. 나는 한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가는 경향이 있다. 그분은 일찍 결혼을 했고, 남편은 직장 생활을 하며, 20살 먹은 딸과 체고에 다니는 고2 아들,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늦둥이 막내딸이 있는 화목한 가정이었다. 이발을 하면서 자연스레 대화로 이어지고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다. 체고 2학년인 아들이 펜싱 선수인데, 몸을 다쳐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없다는 말도 해 주었다. 엄마로서 걱정이 되고, 본인도 마음을 잡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는 속마음과 집안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운동을 그만두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 것인가 걱정이 된다고 했다. 나는 긴 세월 군생활하며 수많은 젊은이들과 생활하며 얻은 경험을 말해 주었다. 아직 학생이고 젊으니 걱정하지 말고, 지금은 치료에 전념하라는 조언을 진심으로 해 주었다.




내 조언이 도움이 되었는지 원장님은 이발을 한 후 염색을 해 주신다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니 가끔씩 염색을 하고 있다. 매번 아내가 해 주었는데, 원장님이 해 주신다기에 전문가는 무엇이 다른가 맡겨보았다. 이발을 끝내고 이발비가 염색비를 내려하는데 이발비만 받는 것이었다. 염색비까지 계산하라고 하니 끝내 괜찮다고 하는 바람에 이발비만 내고 말았다. 괜히 부담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미장원의 이발은 벌써 수회가 지났다. 항상 갈 때마다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편안하게 이발을 하고 있다. 가끔 이발소 앞을 지날 때면 들러 음료수도 한잔씩 드리곤 한다. 살다 보면 마음이 통하고 편안한 사람이 있다. 특히 이발을 하고 나면 깔끔해지는 모습에 기분이 좋다. 묵은 때를 벗겨내는 그런 기분이다. 거기에 좋은 분과 대화하며 사람 사는 기운을 느끼면 더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 날 이발을 하러 들렀는데,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늦둥이 막내딸이 엄마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았다. 너무 행복해 보였다. 얼굴도 이쁘고 똑똑해 보이는 막내딸은 언니, 오빠와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나도 아이들을 키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너무 귀엽고 예뻤다. 그 후 내가 부대에 갈 일이 있으면 가끔 피엑스에 들려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를 한아름씩 사다 주곤 했다. 너무 감사하다고 갈 때마다 인사를 한다. 사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을 내어 줄 때 살맛이 나는 것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람에 대한 따듯한 마음이 중요하다. 요즘 이발을 하러 가면 원장님은 늦둥이 막내딸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학교생활과 공부하는 이야기 등 아주 사소한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바른 아이로, 따듯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잘 자라 주기를 응원해 본다. 아이들이 줄어드는 이 시기에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얼마 나 소중한 존재들인지 깨닫게 된다. 온 동네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 주기를 빌어본다. 모든 것이 감사하고 고맙다. 세상 참 살맛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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