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는 무척이나 바쁘고 신선한 한 주였다. 파견교육을 나와 첫 일주일이 지났다. 매일 계속되는 이론교육과 평가, 시뮬레이션 모의비행을 하며 정말 바쁘게 흘러갔다. 4주 중 1/4이 지났다. 조금은 스트레스를 받은 한 주였다. 그래도 한 주를 배우고 시간이 지나니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다.
지난 비가 오는 금요일이었다. 점심을 먹고 휴식을 하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한통의 메시지가 왔다. 놀랄만한 소식이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인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집을 떠나 먼 곳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큰아이가 애인이 생겼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큰아이는 평소 결혼은 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던 터라 우리 집에서는 가히 충격적인 빅뉴스가 아닐 수 없다. 아내와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사귄 지 2년이 되었다는 말에 더 깜짝 놀랐다. 나이는 동갑이고 현재 국내 유명 대기업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다는 것이었다. 대학원 같은 연구실에서 3년을 함께 지낸 동갑내기 친구였다. 능력 있고 똑똑한 친구였다. 한 편으로는 좋으면서도 걱정이 되는 것은, 딸을 가진 아빠의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퇴근 후에 식사를 하고 휴식을 하는데 아내가 딸의 남자친구 사진을 보여 주었다. 얼굴도 잘 생기고 똑똑해 보였다. 사진을 보니 더 마음에 들었다. 바로 큰아이와 전화통화를 했다. 큰아이는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았다. 가정환경과 성격, 외모, 등등 많은 것을 물어보며 이쁘게 연애하려고 흔쾌히 허락을 했다. 내심 부모님이 어떻게 나올까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남자친구는 경기도에서 직장을 다니고 가끔 장거리 연애를 한다고 했다. 둘이는 서로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연애도 멋지게 잘 해나가 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30여 년 전 내가 아내를 만나 연애를 할 때가 생각났다. 강원도 철책선 GOP 대대 참모로 있으며, 편지와 전화로 서로의 애틋한 감정을 나누던 그 시절이 떠 올랐다. 연애는 두 사람이 상대방을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여 사귀는 것을 말한다. 돌아보니 그 시절이 제일 애틋하게 사랑했 던 시절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큰아이는 강단도 있고, 성격도 밝고, 똑똑해서, 어디에 가도 이쁨을 받는 스타일이다. 서로 배려하며 이쁜 사랑을 키워 가라고 조언을 하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세월 참 빠르다. 밴드나 주변에서 보면 친구나 지인 자녀들이 결혼을 한다고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나는 언제쯤이나 저런 일이 있을까 심란한 마음이 들곤 했다. 그래도 연애 소식을 들으니 조금은 안심 이 들었다. 서로 결혼 이야기도 오가는 상태라고 했다. 2~3년 후에 큰아이가 졸업을 하면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부모로서 지금부터 결혼준비를 해야 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어디를 가나 집값이 너무 비싸서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나도 조금은 걱정이 된다. 자식들이 다 알아서 한다고 하지만 부모마음은 그게 아니다. 그래도 평생에 한 번 있는 결혼을 하는데 부모의 역할 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오피스텔에 살고 있지만, 작은 아파트라도 준비해야 하는데,,,,, 딸을 가진 부모라 걱정은 덜 드는 마음은 있지만, 요즘 아들 딸 구분을 두지 않는 시대라 조금은 부담이 된다. 그래도 현명한 아이들이라 잘 헤쳐 나가리라 생각한다. 살아보니 누구나 처음 시작은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부모님이 계셔서 항상 든든했다. 내가 이제 그 든든한 나무가 되어야 할 때가 되었다. 지금껏 부모로서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 아이들의 그늘이 되어주며 잘 자랄 수 있도록 30년을 보살펴 왔다. 이제 천천히 부모 곁을 떠나 자립을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딸아이의 연애 소식을 들으니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걱정되는 마음이 앞선다. 연애라는 것이 항상 좋은 감정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오다가 서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가 늘 좋은 모습만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배려하며 평생에 쉽게 오지 않는 연애기간을 멋지고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자식이 연애를 한다는 말을 들으니 많은 생각이 든다. 우리 부모님들도 내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할 때, 아마 지금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연애의 종착지는 결혼이다. 다들 결혼 적령기에 연애를 하는 만큼 잘 되어 결혼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솔직한 심정이다. 돌아보니 인생에서 가장 활짝 꽃 피고 향기를 내뿜던 화려하던 시절이 바로 연애를 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 중에 내가 사랑하는 한 이성을 선택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선택 은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오로지 함께 힘을 모아 험한 세상을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헤쳐 나기는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하고 축복받은 일이다. 연애시기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다. 동시에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을 이해 해가는 시간이다. 오로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서로 많은 대화와 배려를 하며 멋진 미래를 설계해 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