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생활

by 하모남


알람 없는 느긋한 아침이다. 치열했던 닷새 만에 맞는 휴일아침이다. 휴일은 말만 들어도 기분 좋다. 특별한 약속이나 계획이 없는 평범한 휴일이 너무 좋다. 주중에 업무가 힘들고 고될수록 휴일은 더 달콤하다.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다. 늦잠이라도 자고 싶은데 눈이 일찍 떠졌다. 옆에서 잠을 자는 아내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고양이처럼 잠자리를 빠져나왔다. 가볍게 물 한잔을 하고 집 근처 산책길에 나선다. 세상은 조용하다. 모든 사람들이 휴일이라 늦잠을 자는 평온한 주말 아침이다.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편안한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발길은 으레 이 기지제 호수 둘레길로 향한다. 먹구름이 살짝 낀 날씨다. 햇빛이 쨍쨍 찌는 날씨보다는 산책과 명상을 하기에는 더욱 좋은 날씨다. 바람은 살랑살랑 살갗을 스치고, 호수는 잔잔한 물결이 밀려와 평온함을 더 한다. 길가에 피어 있는 개망초꽃과 분홍바늘꽃이 더 싱싱해 보인다. 가끔 마주치는 운동하는 사람들도 편안해 보인다. 세상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있는 것만 같다, 집 주변에 아무리 좋은 곳이 있더라도 자주 가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다. 집 근처의 좋은 산책길을 자주 걸으며 나만의 힐링의 시간이 바로 행복이다.


세상 모든 것에는 휴식이 필요하다. 휴식은 온전한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바쁘게 살아가는 삶 속에서는 온전히 나를 바라볼 수 없다. 하느님도 세상을 창조하실 때 6일은 일을 하시고 하루는 쉬었다고 하셨다. 무엇이든 과하거나 무리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하루에는 밤이 있고, 일주일에는 주말이 있고, 회사에서는 휴가가 있는 것인가 보다. 휴일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생산적이고 유익한 것을 하며 즐겁게 휴일을 맞이하는 것은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개인마다 휴식의 방법과 생각은 다를 것이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거나, 친구들과 동호회 회원들과 운동 을 하는 등 각자의 휴일이 다 다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주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마음 상하고, 불편한 관계들을 다 털어버리고, 더 멋진 한 주를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준비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가끔 평일보다 더 바쁜 휴일을 보낼 때가 있다.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자식으로서 못다 한 일들을 하며 뿌듯한 휴일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마음 이 가벼워져 옴을 느낀다. 오십 중반의 가장이란 위로는 부모님을 모시고, 아래로는 자녀들을 돌봐야 할 때다. 자녀들이 각자 자기 갈길을 찾으면 좀 한가한 휴일을 보낼 수 있을까. 아직 자립하지 못한 자녀들이 있으니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완수하지 못한 것이다. 아마도 퇴직이나 해야 할 시기가 오면 온전한 휴일을 맞을까 싶다. 그런 바쁜 가운데에서도 휴일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휴일에는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지금 나는 잘하고 있는지. 앞으로 다가 올 일들에 대한 준비와 구상,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체크하고 점검해 가야 한다. 간혹 휴일에 지나친 휴식으로 너무 허무한 주말을 보내는 경우가 가끔 있다. 지나고 나면 후회가 밀려온다. 그런 휴일을 경계하며 살아야겠다.


언젠가 '토요일 4시간'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요즘 같이 주 5일제로 이틀간의 휴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이 바뀐다는 내용의 책이다. 토요일 오전 4시간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꾸준히 4~5년을 지속한다면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했다. 그것은 본인이 하고 싶은 어떤 분야도 좋다. 독서, 글쓰기, 악기연주, 그림 그리기, 외국어 등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분야에서 깨달음과 앎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저자는 3~4년 동안 한 주제를 정하여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공평한 시간을 아주 의미 있게 활용해 보아야겠다. 휴일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그 시간의 주인공은 분명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편안하게 사색과 명상을 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자. 그리고 나에게 주어지는 소중한 시간을 잘 활용하는 현명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 보는 휴일 아침이다.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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