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용 사인펜

가족

by 하모남


한평생을 살면서 직업을 구한다 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요즘 같이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져 가고, 몇 번의 이직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한다.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직업을 택하라는 조언도 하기 힘든 시대다. 인공 지능과 AI시대에는 현재 있는 직업의 60%는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 섣불리 어떤 직업을 선택하기가 힘든 시대가 되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꾸준히 공부하고 배워가며, 잘 적응해 나가는 방법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아이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고3 때 진로를 선택하면서 무엇을 전공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수학 과를 가고 싶다고 했다. 이유인즉 수학과를 나오면 밥은 먹고 산다고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공부해 온 아이다. 어느 곳에 가서나 상위권에 있었다. 그래서 아빠엄마를 늘 기쁘게 해 준 아이다. 대학도 에너지공학과와 수학과를 동시에 합격했다. 타 도시로 유학을 갈 것인가, 아니면 집에서 다닐 것인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선택은 본인이 하라고 했다. 고민 끝에 수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입학하면서 장학생으로 선정되어 부모의 부담도 덜게 해 준 고마운 아이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정말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다. 교직이수를 한 과에서 2명을 뽑는데 선발되어, 선생님을 할 수 있는 자격도 갖추었다. 또한 연계전공으로 금융 정보학을 전공하여 학위도 취득했다. 다른 학생들보다 3배의 학교생활을 했다. 그러면서도 학교활동과 교우관계도 열심히 했다. 모든 것이 자랑스러운 아이다. 대학 4학년 때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교생실습을 다녀왔다. 중학교 학생들과 한 달을 생활하며 많은 것은 배웠다고 했다. 실습을 마치고 앞으로의 진로를 물으니 선생님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럼 무엇을 할 것이냐를 물으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한다. 아빠가 공직에 오래 근무하는 것을 보고 공직에 매력을 느꼈나 보다. 그러나 초임 때에는 너무 적은 보수와 조금은 경직된 조직문화로, 많은 청년들이 공직을 포기하는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은 참 좋은 직업이라고 말해주며 적극 찬성을 해 주었다. 그동안 대학 졸업 후 집과 스터디 카페를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다. 드디어 오늘 시험을 보는 날이다. 긴장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차분하게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공부한 대로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그동안 아이의 뒷바라지를 위해 아내가 참 많이 고생했다. 모든 시험이 처음이 제일 쉽다는 말이 있다. 20년 전 내가 군생활을 전역하며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기 위해 공부를 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직보반 기간 1년, 두 아이를 둔 가장의 마음은 비장함으로 가득 찼다. 혹시 내가 떨어지면 무엇을 하여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야 하나, 많은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도전 을 했다. 아이들과 아내의 응원 덕분에 한 번에 합격하여 지금 까지 열심히 감사하며 근무하고 있다. 나이 50이 넘으면서 경제적으로도 안정이 되어갔다. 아이들도 잘 자라 주었다. 작은 아이가 도전을 한다고 하니 옛 추억이 떠 올랐다. 시험을 앞두고 주말 아침에 문방구로 향했다. 답안지에 마킹을 하는 컴퓨터용 사인펜을 사러 갔다. 펜을 2자루 를 사 가지고 오면서 기도를 했다. 부디 이 펜으로 시험을 잘 보아 아이가 희망하는 곳에 합격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작은아이가 보는 시험은 국가직 7급 시험이다. 요즘은 PSAT이라 하여 1차 시험을 본다. 일종의 관문이다. 1차 관문을 통과한 사람만이 본 필기시험을 보고, 최종 면접시험을 본 후 합격자를 선발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모든 과정이 정성과 노력이 없이는 되는 일이 없다. 떨리고 긴장되는 작은 아이에게 애써 잘할 거라 말해 주었지만, 아빠인 내가 더 긴장이 된다. 내가 시험을 보고 면접을 볼 때보다 더 떨린다. 어제는 아내와 함께 시험을 치를 학교를 사전에 다녀왔다고 한다. 매사에 치밀하고 완벽하게 꼼꼼히 일을 처리해 나가는 아이가 대견스럽다. 지난 일 년 동안 시험준비를 하는 아이가 있어, 고3 수험생을 둔 부모가 되어야 했다. 또한 우리 집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작은 아이에게 모든 스케줄을 맞추고, 먹는 음식도 아이가 좋은 하는 음식으로 최선의 상태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잠잠했던 장마가 다시 올라 오려 는 지 먹구름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장마로 인해 다시 는 많은 인명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란하고 불안한 작은아이 마음이 장마가 떠나고 맑은 햇살이 비춰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시기인 아이의 앞날에 밝은 태양 이 빛나길 응원해 본다. 분명 열심히 살아온 아이이기 때문에 항상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아빠가 준비해 준 사인펜 이 정답만을 콕콕 찍기를 진심으로 기도해 본다. 자랑스러운 작은애야 힘내라. 엄마아빠는 네가 무척 자랑스럽단다.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