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생활

by 하모남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인류가 한 곳에 정착하고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남성의 역할은 사냥을 해서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또한 여성은 사냥해 온 것을 요리하여 가족들을 돌보며, 간단한 채집활동으로 가족을 생계를 이어 왔다. 그러나 점차 사회가 산업화되고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점점 향상되고 있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 남자 선생님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교장선생님 한분만 남성이고 모두 여자 선생님이라, 힘든 일이 많다는 교장선생님의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시청이나 도청 등 행정관서에도 여성의 위치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20년 가까이 동대장으로 근무하며, 지역의 기관장님들과 대화를 할 시간이 많다.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특히 나와한 지붕 아래서 함께 근무하는 읍, 면, 동장님들과 대화의 시간이 많은 편이다. 지방행정 공무원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 9급부터 시작한다. 9급에서부터 열심히 근무하여 진급을 한다. 대부분 6급으로 정년을 맞이하는 분들이 많지만, 극히 소수의 인원들은 5급 사무관이나 4급 서기관까지 진급을 한 후 퇴직을 하게 된다. 읍, 면, 동장은 보통 5급 사무관 자리다. 공직생활 30년 가까이를 열심히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다는 매우 영광스러운 자리다. 이런 자리에 남성이 아닌 여성이 온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지만, 요즘은 여성 동장님도 많이 오는 편이다.



내가 이곳 동에서 동대장으로 근무한 것이 올해로 6년째다. 그동안 동장님 4분이 바뀌었다. 대부분 퇴직을 앞두고 짧게는 6개월에서 1~2년의 짧은 기간을 근무하고 퇴직하는 분들이었다. 한 곳에서 적어도 3년 정도는 근무해야 자기 나름대로 뜻을 펼칠 수 있는데, 너무 짧은 기간 근무하여 늘 아쉬움 점이 많았다. 그런데 올 초에 새로 부임한 동장님은 달랐다. 처음 이름만 들었을 때는 남성분인 줄 알았는데, 막상 대면을 하니 여성분이었다. 올해로 30년 가까운 세월을 공직에서 성실하게 근무하신 분이다. 시립도서관에서 1년 정도 도서관장으로 근무하시고, 올초 정기인사에서 동장님으로 오시게 되었다. 성격도 다정다감하고 업무처리도 깔끔하며 대인관계도 좋은 분이다. 여성분이 사무관까지 진급했다는 것은 얼마나 열심히 근무하고 노력해 왔는지를 말을 안 해도 알 수 있다. 실력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우수한 분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처음 부임인사를 하고 내 사무실로 인사를 오셨다. 성격도 밝고 미모도 한 미모 하시는 분이었다. 긴 세월 시청의 여러 분야에서 성실하게 근무하신 분이었다. 성인이 된 아들과 딸을 둔 엄마이기도 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들도 훌륭하게 키워오신 멋진 분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취미가 나와 같아 많은 부분이 잘 통했다. 동장님은 책 두 권을 선물로 주셨다.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책과 교수이면서 소설가인 김탁한 작가가 쓴 '섬진강 일기'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작가가 섬진강 강가에 정착하고 텃밭을 일구며 소소하게 산 일 년간의 기록이다.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동장님과 소통하며 가깝게 잘 지낸다. 남성 동장님들보다 더 섬세하고 상대를 배려하며 근무하기에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일에 대한 욕심도 많다. 하루는 출근하자마자 동장님이 내 사무실로 오셨다. 장화를 신은 모양을 보니 금방 일을 하다 오신 듯했다. 동사무소 앞에 빈 터가 잡초로 무성한 곳이 있다. 이곳을 직원들과 마을주민 분들과 힘을 합쳐 꽃동산을 만들자는 구상을 하고, 작업을 하다가 SOS를 치러 오신 것이다. 나는 동대 용사들과 기꺼이 함께 나가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했다. 땅을 일구고 돌을 고르고, 비료를 주고 그곳에 해바라기 모종을 심었다.



20여 명이 힘을 합치니 황무지가 두 시간 만에 꽃밭으로 변했다. 작업이 끝나니 함께 한 분들이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차 한잔을 나누며 해바라기가 활짝 웃는 모습을 상상하며 함께 이야기꽃을 피웠다. 우리 동사무소는 2016년 새 청사를 짓고 새로 입주한 새 건물이다. 나는 입주한 지 1년 만에 이곳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벌써 6년째다. 지난 4분의 동장님들은 너무 짧게 근무를 하고 퇴임을 하셨다. 그래서 지역사회 활동이나 주변관리 등에는 시간이 부족한 듯했다. 그러나 새로 부임한 여성 동장님은 달랐다. 대인관계나 직원관리와 업무처리 면에서도 열정을 가지고, 솔선수범하며 열심히 근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옆에서 보면서 힘을 보탤 일이 있으면 언제나 말씀하라고 했더니 가끔 요청을 하곤 한다. 나도 너무 기분이 좋다. 한 지붕 아래 살면서 함께 즐겁게 근무한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 아닌가. 그러다 보니 동 직원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으며 즐겁게 근무하고 있다.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함께 근무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즐겁게 근무하고 서로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가는 것이 보람이고 행복한 일이다. 열심히 성실하게 근무하는 동장님의 앞날에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라본다. 함께 근무하며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가는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