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백세시대라고 한다. 주변에 노인 하면 보통 90은 넘어야 노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말에 너튜브를 보는데 90이 넘은 할머니가 매일 두 시간씩을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지내시는 것을 보았다. 출가한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과 가까이 살면서 자주 만나 맛난 것도 먹고, 함께 어울리며 멋진 노후를 사시는 건강한 할머니의 일상이었다. 바로 우리 노후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90이 넘은 연세에도 주 6일, 하루 2시간씩 헬스를 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고 배우는 것이 많았다. 사람은 자기 의지대로 혼자 움직이지 못하면 사람 노릇을 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만이 건강한 노후를 사는데 꼭 필요한 필수 과제이다. 어떤 운동이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골라 자기 체력에 맞게 꾸준히 매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직장생활과 갖가지 핑계로 뭐가 그리 바쁜지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픈 현실이다.
지난 주말은 장모님의 팔순이었다. 모든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자녀들보다 손자, 손녀들이 더 많았다. 벌써 결혼을 해서 애기들을 데리고 온 손자들도 있다. 가족들이 다 모여 시내의 큰 식당 룸에서 행사를 가졌다.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기념 풍선이며 현수막, 케이크, 꽃다발 등 많은 것이 준비되었다. 손주들이 성인이 되니 알아서 준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장모님은 연신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음식은 드시지도 않고 자식들과 손주들의 얼굴을 보시며, 흐뭇한 미소를 연실 짓고 계셨다. 아무리 맛이 있는 소고기라도 자식들과 손주들 얼굴 보는 것이 더 좋은 신듯 했다. 멀리서 공부하는 큰아이도 오랜만에 함께 하여, 가족들이 모두 모이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서로 간의 안부와 소식을 전하며 식사를 하는 시간은 즐거웠다. 나도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현수막을 준비했다. 사진촬영을 하며 팔순의 추억을 각자의 휴대폰과 가슴에 담아 갔다. 나도 결혼하고 아이를 안고 있는 조카들을 보니 참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벌써 할아버지 소리를 듣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좋으면서도 서글퍼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자기 삶에 더욱더 진지하게 다가서는 일인가 보다. 사는 것이 바빠 현실에만 급급하던 나가, 내 스스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로 둘러싸여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더욱 모범이 되는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장모님의 팔순을 함께 하며, 늘 씩씩하고 아낌없이 바리바리 싸 주시던 사랑에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 어머니가 떠나시니 더욱 장모님의 사랑이 더 크게 느껴진다. 시골살이가 쉬운 일은 없다. 그래도 가끔 가면 반갑게 맞으시며 두 손을 꼭 잡아 주신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도 그 먼 곳까지 오셔서 아내의 산후조리를 다 해 주셨다. 가끔 전방의 군인아파트에 오시면 장모님 표 된장찌개에 고추전을 맛나게 해 주셨다. 그 고추전에 막걸리를 한잔 하면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가끔 고추전만 보면 장모님이 생각난다. 장모님은 시골에서 80 평생을 살아오셨다. 그래도 시골 할머니 같지 않으셔서 생각도 열려있고 활동적이시며 사리가 밝으시다. 또한 젊은 사람들과도 소통이 잘 되시는 어른이다. 그래서 손주들이 할머니를 좋아하신다.
내가 결혼 30주년이 되었으니 내가 결혼을 할 때가 막 50에 접어드신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30년 세월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옛 시인들이 인생을 일장춘몽이라 했던가. 30년 세월이 한바탕 좋은 꿈을 꾼 것과 같은 추억들로 가득하다. 장모님과 함께 했던 30년 세월이 넉넉한 정과 사랑으로 마음속에 가득하다. 이제 막 팔순을 맞으셨다. 앞으로도 더욱 건강하게 우리 곁에서 행복한 인생을 함께 하시길 빌어본다. 다행히 과수원을 하는 큰 아들과 시골에서 3대가 함께 사시니 외롭지는 않으신 듯하다. 아들, 딸 2명씩 4명의 자녀들이 잘하니 참 보기 좋다. 농사에서 은퇴는 하셨다고 하지만, 시골살이가 만만치는 않다. 그래도 꾸준히 소일거리를 하시며 즐겁게 사시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인생은 80부터라는 말이 있다. 팔순을 맞아 남은 장모님의 인생길이 늘 꽃길이기를 바라본다. 사람은 무엇을 남기고 가는가. 무엇보다도 사랑과 정을 남기고 가는 것 같다. 살아생전 당신이 정성으로 해 주시던 음식과, 환한 미소와 힘이 되어준 말 한마디, 이것이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을, 이 나이가 되어보니 알 것 같다. 부디 남은 인생이 행복한 날들로 가득 채워지시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장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