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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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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모남

시는 문학의 꽃이다. 시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우리 삶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늘 오감을 이용하여 글을 써야 한다. 시를 쓴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시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체험하고 경험한 것을, 나만의 감성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시인은 많은 경험과 체험을 해야 하고, 그것에서 나만의 발견을 해야 한다. 나만의 발견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많은 공부와 연습을 통해야만 나만의 발견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시는 즉흥적으로, 필을 받으면 바로 쓰는 것이라고 통상 생각을 한다. 그러나 현대시는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시는 매우 의도적이고 치밀하게 제작된 문학이다. 한 번에 써 내려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좋은 시의 시작은 시인 스스로 내면에 맑고 따듯한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생생하고 감동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깊은 성찰과 경험을 통한 새로운 발견을 해야 한다. 똑같은 자연의 현상을 보더라도 자신만의 느낌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경험을 하지 않고, 체험하지 않고서는 자칫 진실이 아닌 거짓된 글을 쓸 오류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소설은 독자에게 재미를 주어야 하고, 수필은 교훈을 주어야 하며, 시는 감동을 주어야 한다. 이 말은 내가 공부하는 교수님께서 항상 강조하는 말씀이다. 시는 독자에게 교훈을 주려고 하면 안 된다. 그것은 설명이지 서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는 설명보다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작업이다. 이미지 안에는 자연스럽게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이다. 한 편의 시를 읽고 느끼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깊은 여운을 주는 것이다. 시는 짧고 간결하게 쓰기 때문에 쉬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장르가 바로 시 쓰기라는 것이다. 생생한 장면으로, 이미지로, 낯설게 표현하여 독자에게 신선한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 현대시를 쓰는 것이다. 솔직히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시인이라는 호칭이 부담이 된다. 등단을 한 기성작가들이 글을 더 못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것은 시인이라는 호칭의 부담감 때문이라고 한다. 그럴수록 더 많이 사색하고, 관찰하고, 경험하며 깊게 공부해야 할 것이다.



내가 문학을 좋아하게 된 것은 고등학생 때 만난 여자친구 덕분이다. 그 친구는 알퐁스 도데의 '별'을 사랑했고, 그것을 배우며 눈물 흘리던 맑은 영혼과 서정적인 감성을 가진 친구였다. 그 친구를 만나면서 문학과 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때마침 담임선생님도 국어 선생님이셨다. 얼굴에 커다란 점이 있으신 분이셨다. 국어시간에 선생님께서 시를 가르치시는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시 낭송을 하는 숙제가 있었다. 시를 외우다 보니 너무나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자친구는 어느 봄날 나를 여학교 백일장 축제에 초대했다. 그날은 축제의 마지막날이었다. 햇살이 따사로운 봄날 여고 운동장가에 많은 학생들의 그림과 시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많은 시화들 속에서 그녀의 시화도 전시가 되어 있었다. 연보라색 그림바탕에 흰 글씨로 쓴 시 한 편이 예쁜 시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제목은 '젊은 날의 초상'이었다. 그녀의 시구 중에 이런 시구가 생각난다. '길 가다 주어 든 서늘한 옷깃의 인연'이란 표현이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그녀와의 첫사랑은 아련한 추억이 되었나 보다. 그렇게 그녀는 나의 첫사랑이 되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무엇보다 그 친구 덕분에 시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그녀는 나를 문학에 눈을 뜨게 하고, 사랑에 눈을 뜨게 해 주었으니 이보다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시인이 되는 방법은 여러 경로가 있다. 신문사에서 매년 실시하는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거나, 출판사에서 실시하는 신인문학상에 당선이 되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출판사에서 신인작가 등용문이 있어 등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신인작가의 시 10편 이상을 제출하면 심사위원님들께서 심의를 해서, 신인상을 받으면 시인으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등단을 했다는 것은 더 열심히 문학활동을 하라는 뜻이다. 좋은 시를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기를 여러 번 반복해야 한 편의 시가 탄생하는 것이다. 맑은 영혼으로 사랑이 피어나는 시를 쓰겠다고 당선 소감문에 밝힌 바가 있다. 글에는 그 사람의 사상과 생각이 들어 있다. 따듯한 온기가 있고, 정과 사랑이 묻어나는 시를 쓰고 싶다. 부족하지만 꾸준히 문학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다. '함께하는 문학' 동인 문우님들과 함께 활동하며 문학의 세계에 빠져 나이 들어가고 싶다. 연세가 80이 넘은 분들이 등단을 하고, 시집을 내는 문우님들을 보며 인생은 끝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더 나이 들어도 죽는 날까지 시를 쓰며, 더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좋은 글을 쓴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한다. 앞으로 시인으로서, 시인답게 문단에 누가 되지 않는 멋진 시인으로 남고 싶다.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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