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청춘이다. 꽃은 속씨식물의 생식 기관이다. 이렇듯 생식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청춘이고, 생애 가장 아름다운의 절정의 순간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꽃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길을 걷다가도 길가에 작은 이름 모를 꽃에도 관심이 간다, 무릎을 낮추고 눈을 맞추고, 코를 대며 향기를 맡아본다. 그다음은 으레 이 휴대폰 카메라를 갖다 대어 사진을 찍는다, 그다음은 무슨 꽃인지 꼭 검색을 한다. 한번 관심을 가진 꽃은 인터넷에서 그 꽃에 대해서 자세히 찾아보며 공부를 한다. 이젠 그런 행동이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산책을 하다가도 자주 시간이 지체되곤 한다. 그런 나의 행동이 자연스럽고 행복한 시간이다. 자주 찾는 산책길가에도 계절마다 다른 꽃들이 피어 나를 분주하게 한다. 우리나라 같이 사계절이 뚜렷해서 사시사철 다른 꽃들이 나를 들뜨게 한다. 그것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꽃이나 사람이나 똑같다. 가장 화려한 시기에 꽃을 피운다. 꽃이 피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렇지만 꽃이 피었다고 다 열매를 맺는 것 또한 아니다. 암술과 수술이 만날 수 있도록 짝을 지어주는 중신아비가 있어야 한다. 이 중신아비는 벌과 나비 등 곤충인 것을 충매화라고 하고, 바람이 중신아비가 되는 것을 풍매화라고 한다. 대표적인 풍매화는 소나무와 벼를 들 수 있고, 대부분 꽃은 곤충에 의해 수분이 되는 충매화다.
이러한 곤충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름대로 각자의 필살기를 가지고 있다. 화려한 색깔로 꽃을 피우거나, 달콤한 꿀을 가지고 있다. 마치 젊은 청춘 남녀들이 예쁜 옷을 입고, 멋지게 치장을 하는 것과 같다. 사람은 아마도 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까지가 제일 예쁜 꽃이 피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젊은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싱싱하고 파릇파릇한 모습과 활기찬 모습이 너무 좋다. 그래서 옛날 어른들은 젊은 사람과 살아야 젊은 기를 받는다고 했는가 보다. 평생을 젊은 청춘들과 함께 근무하는 나로서는, 복을 정말 많이 받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 아닌가. 계절마다 많은 꽃들이 피지만, 그래도 단연 꽃의 계절은 봄이다. 찬바람 부는 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오면, 산과 들에 눈부신 꽃들로 지천을 이룬다. 눈 부시도록 아름답고 황홀하다. 마음 급한 사람들은 남쪽으로 남쪽으로 꽃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꽃마다 모양새가 다르고 색깔과 향기도 다르다. 사람들은 그 많은 꽃들에 이름을 붙여주고 꽃말을 지어 주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꽃을 닮은 사람이며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다.
인생은 사계절과 같다고 생각한다. 백세시대에 25년씩을 나누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본다. 태어나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가 인생의 봄, 대학을 졸업하고 지천명까지를 인생의 여름, 51에서 75세까지를 인생의 가을, 76세부터 100세까지로 인생의 겨울로 나누고 싶다. 나는 지금 인생의 봄과 여름을 지나 천천히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가을은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다. 그 수확은 그냥 거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꾸준히 서두르지 말고 오직 자기의 길을 자기만의 페이스 대로 꾸준히 걸어온 사람만이,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이 나이가 되니 새롭게 깨닫는다. 봄에 피는 꽃들이 단연 많다. 무더운 여름에 피는 꽃도 있고, 가을과 겨울에 피는 꽃도 있다. 아직 실망하거나 주눅 들어서는 안된다. 아직 나의 꽃이 피지 않았다고 실망하거나 좌절해서도 안된다. 가을이나 겨울에 피는 꽃이 더 향기가 그윽하고 운치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을꽃에는 코스모스, 국화, 구절초, 델피니움, 무화과, 샤프란, 피튜니아 등이 있다. 또한 겨울철에 피는 꽃에는 동백꽃, 시클라멘, 사계국화, 포인세티아 등이 있다.
사계절에 피는 꽃들도 색깔이나 성질, 모양새가 제각각 다르듯이 우리네 삶도 모두가 다르다. 다른 꽃을 부러워하지도 말자. 나는 나만의 꽃이 있다. 내 생김대로 형편대로 모양대로 나의 꽃을 피우자. 이제 절반이 지났을 뿐이다. 우리에겐 아직도 절반의 시간이 있다. 봄과 여름에 방황했다면 지금이라도 똑바로 걸어보자. 분명 자기에게 맞는 꽃은 분명 필 것이다. 한발 한발 천천히 가다 보면 향기 그윽한 국화꽃이나 동백꽃이 필 것이다. 꽃은 서로를 비교하지 않는다. 오로지 환경에 적응하며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남긴다. 한번 왔다가는 인생길에 우리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스스로에게 자문자답하며 살아가야 할 때다.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이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뜻이다.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그 일을 통해 사회에 한줄기 빛으로 이름을 남긴다는 것이다. 누가 알아주는 않아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자기 삶에 보람과 만족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아가자. 오늘보다 소중한 날은 없다.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