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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시간

가족

by 하모남


늦은 여름휴가를 맞아 고향에 홀로 계신 아버지와 짧은 1박 2일의 시간을 함께 하기로 했다. 여기저기를 알아보다가 대전 유성구에 있는 국립대전 숲체원을 작은아이가 예약을 해 주었다. 아버지는 11년 전 어머니가 떠나신 후 혼자가 되셨다. 그래도 강단이 좋으셔서 고향집을 홀로 지키며 사신다. 어머니가 떠나신 후 아버지는 약한 치매 증세 가 있어 약을 드신다. 어머니와의 이별에 큰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듯했다. 그 후 요양등급을 받으셔서 요양 보호사님이 집으로 오셔서 주 6회, 일일 3시간을 10년 동안 돌봐 드렸다. 그러나 이제는 재가복지를 졸업하고, 주간보호 센터를 주 6일 다니시고 계신다. 그래도 그곳에서 잘 적응하시며 잘 계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하루 삼시 세 끼를 그곳에서 해결하시니 더 불편한 것이 없다고 하신다. 팔십이 넘으신 아버지의 시간을 마주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어머니를 갑자기 떠나보낸 후 함께 한 시간들이 많지 않아 늘 마음이 불편했다. 두 분은 그래도 사이가 좋으셨다. 무뚝뚝하셨지만 잔정이 많으신 아버지 시다. 홀로 사시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집을 리모델링을 해 드렸더니 너무나 좋아하신다. 그러나 한 해 한 해 기력이 떨어지고 몸이 어둔해지는 것을 보며 세월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일요일 아침 새벽같이 전화벨이 울렸다. 언제 오느냐는 아버지의 전화셨다. 간단히 준비를 해서 출발했다. 휴일이라 주간보호 센터는 쉬는 날이다. 휴일 아침 1시간 반을 고속도로를 달렸다. 이른 아침이라 도로는 여유롭고 막힘이 없었다. 집에 들어서니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달려왔다. 마당에 몇 년 함께 한 황구도 나를 보고 반갑다며 꼬리를 흔든다. 작은 백구는 처음 보는 녀석이다. 청소도 어려우신데 웬 강아지를 또 들으셨냐며 물었다. 한 동네 사는 친구가 집에 새끼를 낳아한 마리 주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연신 작은 백구가 귀엽고 말기도 잘 알아듣는다고 자랑하셨다. 혼자 있는 집안에 강아지는 아버지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친구다. 강아지를 대하시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집에 가자마자 나는 집안 구석구석을 대청소를 했다. 또한 아버지가 입으시는 옷과 이불 자리까지 세탁기에 넣어 세탁을 했다. 내친김에 이발도 단정하게 해 드리고 목욕도 시켜드렸다. 아버지는 연실 시원하다고 하며 좋아하셨다.



그렇게 집안일을 깨끗이 해 놓고 예약해 놓은 펜션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시간이 남아 전역하기 전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자운대를 들렀다. 아버지를 승용차 옆에 모시고 드라이브를 하며, 지나온 세월의 흔적들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많은 것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중요한 것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계셨다. 마트에서 간단히 시장을 보고 아버지와 점심식사를 했다. 치아가 좋지 않아 부드러운 음식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맛나게 드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그러나 행동이 부자연스러워 자주 음식을 흘리시는 모습에 또 한 번 마음이 메어왔다. 그렇게 건강하시고 산처럼 듬직하시던 아버지가, 세월 앞에 자꾸 무너진 는 모습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가는 길에 대전현충원에 들러 구경을 하며 많은 호국영령들의 의로운 모습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아버지도 가까이 살면서 현충원 방문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아들 덕분에 좋은 곳을 보게 된다며 연실 좋아하셨다. 구석구석을 여유롭게 둘러보고 기념사진을 찍고 숙소로 갔다. 시내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을 한참 달리니 산 골짜기 사이에 숲체원이 보였다. 안내실에 들러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가니,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으로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버지도 시설이 마음에 들어 셨는지 좋아하셨다. 시원한 방에서 휴식을 한 후 숙소 주변을 둘러보았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라 그런지 모든 것이 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주변 등산로도 시간대별로 산책과 등산을 할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아버지의 체력을 고려하여 30분 코스로 산책을 했다. 오랜만에 좋은 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좋다고 하셨다.



저녁식사를 구내식당에서 맛있게 하고 주변 산책길을 산책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는 아들들이 잘해서 너무 좋다고 연실 말씀하셨다. 사실 잘하지도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인생의 겨울을 살고 계신다. 겨울은 춥고 외롭다. 아버지를 바라보며 나도 언젠가는 아버지와 같이 늙어 가겠지. 나는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었다. 아버지가 살아오신 세월은 전쟁과 가난, 그리고 새마을 운동과 민주화 운동시대를 살아오시며 가정을 위해 온몸으로 헌신하며 살아오셨다. 오르지 일 밖에는 모르시는 분이셨다. 그 덕분에 우리 형제들이 어러움 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미라는 것도 모르고 살아오셨다. 오르지 자식들 잘 되는 것이 인생 최대의 바람이셨다. 아버지의 노년을 보면서 나의 노년은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본다. 한평생 쉽지 않은 인생을 살며 즐겁고 의미 있는 노년의 삶을 위해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많은 것이 숙제로 남는 시간이었다. 1박 2일의 짧은 시간을 함께 하며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새기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날 자연에서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눈을 떴다. 아버지를 씻겨드리고 아침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밀린 집안일을 하고, 점심식사를 하고 센터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왔다. 함께 한 시간으로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지만, 아버지와의 시간 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좀 더 건강하시고 활동이 가능하실 때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겨야겠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당신이 있어 제가 오늘 이렇게 살아갑니다.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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