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벌초여행

가족

by 하모남

벌초는 돌아가신 분을 그리워하는 시간이다. 추석이 가까워 오면 고향마을 선산에 늙은 소나무 아래 어머니 산소를 찾는다. 올해는 형제들이 다 함께 모여 벌초를 하기로 했다. 해마다 아버지를 뵈러 가는 사람이 간단히 했지만, 올해는 오랜만에 다 모였다. 때를 맞추어 아버지를 모시고 가까운 곳에 가서 캠핑도 하고 벌초도 하기로 했다. 다들 휴가를 내어 금요일 점심에 만나 식사를 했다. 사전에 캠핑장도 알아보고 준비물을 챙기는 것은 내 몫이었다. 형과 동생은 간단한 준비물만 챙겨 오라고 했다. 아버지를 모시고 형제들이 함께 캠핑을 가는 것은 처음이다. 나이 드신 아버지께서 불편하지 않으실까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좋다고 하신다. 시내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마트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기 위한 준비를 했다. 목록표를 꼼꼼하게 적어 빠지는 것이 없도록 했다. 고기에서 막걸리까지 푸짐하게 시장을 보고 속리산 법주사 옆에 있는 사내리캠핑장으로 출발했다. 50분 정도를 달려 속리산 입구에 도착했다. 먼저 세월의 무게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정이품송 소나무가 반갑게 반겨 주었다. 상가가 늘어선 지역을 지나 오른쪽으로 아름드리 소나무 소로를 지나니 드디어 캠핑장에 도착했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방식이 아닌 선착순으로 손님을 받고 있었다. 먼저 관리실에 들러 체크인을 하고 식수대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다 함께 힘을 모아 텐트 2동을 치고 매트를 깔고,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하니 금세 멋진 집 두 채를 완성했다. 아버지는 옆에서 의자에 앉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계셨다. 또한 이것저것 설치되는 것을 보시며 신기한 듯, 별개 다 있다고 말씀하신다. 설치가 끝나니 출출해졌다. 출발 전 아내는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빈대떡 재료를 준비해 주었다. 김치에 오징어와 고추를 잘게 썰어 듬뿍 넣은 빈대떡과 막걸리는 들뜬 우리들 기분만큼이나 맛이 있었다. 동생은 많이 해 본 것처럼 능숙하게 빈대떡을 만들었다. 술을 잘하지 않는 형님도 막걸리를 기분 좋게 한잔 하셨다. 맑은 공기와 좋은 경치 속에서 먹는 맛은 가히 꿀맛이었다. 아버지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천안에 사는 동생은 이번에 형님의 시인 등단을 축하한다며 멋진 와인으로 축하해 주어 더 분위기가 좋았다. 준비된 빈대떡 재료가 많아 텐트 주변의 이웃들에게도 나누어 드렸더니 고마워하며, 금세 이웃이 되고 마음을 열었다. 역시 나눔은 즐거운 일이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가진 후 동생과 아버지는 잠시 휴식을 취하시고 형님과 나는 법주사 경내를 산책했다.


형님은 의료회사 부장으로 근무하고 계신다. 오랜 세월을 한 직장에 다니셨다. 큰 형님이 갑작스럽게 먼저 떠나 시고 장남 역할을 하시느냐 내심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이 마음이 쓰였다. 그래도 동생들이 잘 따라주어 고맙다는 말을 하신다. 무엇보다 집안일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데 동생들이 있어 든든하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 산책을 하며 서로의 속마음을 아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구월의 속리산은 푸르름으로 가득했다. 관광객들의 표정도 가을 하늘만큼 높고 청명했다. 법주사 경내를 여유롭게 걸어보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아내와 연예 시절 온 이후 처음이니 30년만 이다. 형님과 요즘 사는 이야기와 정년 이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 법주사의 고즈넉한 풍경을 카메라와 마음속에 가득 담고 내려왔다. 휴식을 취한 후 맛난 고기 파티 시간을 가졌다. 모두들 맛난 음식과 즐거운 대화가 오갔다. 아버지도 기분이 좋다고 하시니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불멍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간단히 세면을 하고 내일을 위해 취침에 들어갔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가볍게 아침 식사를 했다. 아버지는 작은 텐트에서 잔 형과 내가 내심 걱정이 되었나 보다. 일어나시자마자 '나는 괜찮았는데 쪼그만 텐트에서 얼마나 불편했어'라는 아버지의 한마디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부모는 자식에게 열을 주고도 미안해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하나를 주고도 큰소리친다'는 말에 공감을 하며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부모의 사랑은 끝이 없나 보다. 아침식사를 일찍 하고 철수를 했다. 집으로 돌아와 간단히 벌초 준비를 하여 출발했다. 세 명이 힘을 모으니 금세 끝낼 수 있었다. 어머니와 큰 형님의 산소를 깨끗이 이발을 해드리니 기분이 좋아졌다. 어머니와 큰 형님도 함께 모여 벌초를 하는 모습을 보며 기뻐하셨으리라 생각했다. 벌초를 하고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예약해 놓은 음식점으로 향했다. 음식점은 만원이었다. 맛집으로 소문난 고향의 음식점이다. 우리는 한방오리백숙을 맛나게 먹었다. 땀을 흘린 다음이라 더 맛이 있었다. 아버지께 드릴 것을 하나 더 포장해서 갔다 드리고, 1박 2일의 짧은 시간을 마무리했다. 형님은 이번 여행이 좋았는지 해마다 1박 2일로 여행을 겸한 벌초를 하자고 제안했다.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각자의 마음속에 오래 간직될 것이다. 형제는 한부모 밑에서 태어니고 자란 피를 나 눈사람들이다.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면서 서먹해지는 관계가 되지만, 그래도 같은 핏줄이라는 것은 변할 수 없다. 모두가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명절에 보자고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각자 가정에서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것을 묵묵히 바라보는 아버지도 연실 흐뭇해하셨다. 너무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형님, 동생이 있어 든든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추석 명절에 뵈어요. 감사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