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한 나라의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20%를 넘으면, 유엔은 그 사회를 초고령사회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23일부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들은 늘어나는데, 진정 존경받는 노인이 어떤 사람인가가 조명되지 않아 무척 아쉽다. 누군가의 아버지로, 누군가의 남편으로, 어느 직장의 직장인으로, 젊은 청춘을 다 받쳤으니 존경받아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족과 가정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한 사람이 조명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늘어나는 노인들 중에서 진정 대중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노인은 많은데 어른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어른인가. 국어사전에서 어른이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쓰여 있다.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후새들이, 젊은 사람들이 닮고 싶어 하는 사람, 그 사람이야 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어른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신문에서는 우리 시대에 존경받는 어른 김장하 선생이란 분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분은 1944년생으로 경남 사천출생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간신히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들어가지 못했다. 삼천포의 한 한약방에서 점원으로 일하면서 낮에는 약을 썰고, 밤에는 공부를 해서 열아홉 살 최연소 나이에 한약업사 자격을 땄다. 그런 후에 1963년에 사천시 용현면에서 한약방을 개업하였고, 1972년에 진주시 동성동으로 이전한다. 그곳에서 50년 동안 한약방을 하며 모은 돈으로, 1983년 진주에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한다. 10여 년간 이사장으로 근무하다가, 1991년에 학교를 국가에 기부채납을 하게 된다. 그는 집안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남몰래 장학금을 주며 지역의 교육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모든 분야에 기부를 하며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자기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의 몸이 아픈 환자들이 한약방을 찾아준 덕분이라며, 그분들에게 환원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하시는 분이었다. 그분은 삶의 목표와 철학이 뚜렷하신 분이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이 시대의 참 어른이었다.
그분이 하신 말씀 중에 가슴을 울리는 한마디가 있었다. '돈이란 똥과 같아서, 모아 놓으면 악취가 진동하는데, 밭에 골고루 뿌리면 좋은 거름이 된다'는 말씀이었다. 이 한마디 말씀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한평생 어렵게 모은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분은 그 한마디로 말하고 계셨다. 선생은 한번 왔다 가는 인생길에 진한 사람의 향기를 내고 있었다. 그분은 지금도 자동차가 없다고 한다. 한평생 자전거와 걸어서 다녔다는 말에, 더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가야 하는가. 무엇이 어른인가. 노인과 어른의 차이는 무엇인가. 주변에 향기와 사랑을 남기는 선생이야 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어른이다. 평생 열심히 살아서 많은 돈을 벌었다는 것은 본인이 잘해서 번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가게나 제품을 사랑해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큰 부자가 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돈을 주변을 위해 의미 있게 쓰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하늘의 뜻을 알 나이인 지천명을 지났다. 이젠 세상 어느 말에도 들으면 그대로 이해가 되는 나이, 즉 미지의 세계에 있었던 것을 듣는 순간,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귀에 거슬리지 않는 나이인 이순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금까지 주어진 인생길에 최선을 다하며 성실하게 살아왔다. 나름 주변의 사람들에게 향기 나는 세상을 살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다. 좀 더 겸손한 자세로 향기 나는 인생을 살아가야겠다. 언젠가 마지막 삶을 되돌아볼 때 '이만하면 한평생 잘 살았지. 나도 우리 아빠처럼 저렇게 멋진 인생을 살아야지. 나도 저분처럼 멋지게 늙어가야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정성으로 살아가야겠다. 세상에 본이 되는 삶을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늘 절제되고 검소하며 부지런히 사는 인생, 그 사람과 있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불평불만보다는 늘 긍정적이고, 미래를 위해 꿈과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마지막으로 그분이 말하는 산다는 것은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그렇게 걸어가면 된다'는 말씀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나도 꾸준히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쉬지 않고 내 길을 걸어가야겠다. 사람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