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새해 다짐

생활

by 하모남


붉은말의 해가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났다. 평소와 다름없는 어제와 오늘 사이를 두고 묵은해와 새해가 갈렸다. 아내는 12월 31일 한해의 마지막을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청광장에 나가, 타종행사를 보며 요란하게 새해를 맞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나는 흔쾌히 동의를 했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한 퇴근 시간이 될 무렵 날씨가 모처럼 겨울답게 매서웠다.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가며 날씨가 춥다고 하니, 밖에 나가는 것은 생략하고, 조용히 맛난 것을 먹으며 연말을 보내는 것으로 수정이 되었다. 나도 흔쾌히 수락했다. 그래서 집에서 조용히 한 해의 마지막밤을 보냈다. 한해 동안 가정을 위해 묵묵히 희생해 준 아내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조용히 한해를 돌이켜보니 쏜살같이 지난 한 해였다. 근무지를 옮기고 본격적으로 온전히 보낸 한 해였다. 무엇보다 가족들 모두 건강하게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것에 감사를 드렸다. 한해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왠지 모를 차분함과 조용함이 밀려온다. 시작이 있으니 마지막이 있는 법이다.


우리는 늘 시작과 끝이라는 경험을 하며 산다. 하루, 한주, 한 달, 분기, 반기, 한해라는 시작과 끝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고 있는가.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태어나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수많은 시작과 끝의 과정 속에서, 과연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오십 대 후반을 살면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점점 짧아 옮을 피부로 느낀다. 인생의 오르막길을 지나 내리막길로 서서히 접어들고 있다. 그러면서 한해 한해 가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어 더 빨리 지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익숙함에 대한 완벽한 적응이라고나 할까. 가만히 있어도 바람에 내 온몸이 실려, 나의 의지에 상관없이 떠 밀려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금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새롭게 시작되는 새해에도 또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쏜살같이 흘러가겠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하게 되는 새해 아침이다.


조용히 책을 읽으며 먼저 살다 간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했다. 삶의 종점에 다다랐을 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마지막이라는 화두를 생각하고 있던 차에 '삶의 종점에서 남는 것'이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내용인즉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원천적으로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잠시 맡아 가지고 있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재물이건, 명예든, 권력이든, 그것은 잠시 내게 맡겨 놓은 것이라는 말에 큰 공감을 했다. 그러면 진정으로 내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내가 떠난 뒤에도, 그 전과 다름없이 그곳에 남아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평소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눈 친절과 따듯한 마음씨로 쌓아 올린 덕행만이, 시간과 장소의 벽을 넘어 오래도록 나를 이루는 것이라는 진리다. 우리 삶의 마지막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고, 자신이 지은 업만 남는다는 것이다. 너무나 좋은 말씀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언젠가 내가 쓴 시에 '산다는 것은' 내 주변에 향기를 남기고, 한 줌의 씨앗을 남기는 것이라는 시를 쓴 적이 있다. 지금 내가 가진 부와 명예는 다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잠시 내가 맡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 때 내일이 더 밝아질 것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새해를 살기 위해서는 욕심을 내려놓고, 더 비우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루하루가 천국인 인생을 만들어 가야 한다. 더 부자가 되어야지, 더 성공해야지가 아닌,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주변과 나누며 즐겁게 사는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만이 후회하지 않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욕심에는 늘 화라는 악마가 함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부터 좋은 마음, 친절한 마음, 따듯한 마음이 있어야 주변이 더 즐거워지는 것이다. 올해는 그런 마음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새해를 맞아 굵은 글씨로 새해 목표를 적어본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겠다. 내가 즐거워야 주변이 행복한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생각난다. '이 세상은 우리들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곳이다'. 새해에는 좀 더 욕심을 내려놓고 감사하고 즐거운 한 해를 만들어 가야겠다.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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