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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썬제로 Jun 17. 2021

오늘은 그냥 오늘



오늘이 꼭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사진출처 : 언스플래쉬

덜컹거리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는 퇴근길. 나는 내가 왜 그렇게 혼자있는 것을 두려워하고 외로움을 타는지 고민해보았다.


내가 가장 외로운 순간을 꼽아보자면 주로 할 일 없는 주말이나 혼자 잠들어야 하는 깜깜한 밤이다. 그러고보니 금요일 오후와 토요일 밤이 제일 외로운 것 같기도 하다. 혼자 좋은 풍경을 보거나 맛있는 것을 혼자 맛보게 되었을 때도 외로워졌다.


그렇다면 왜 그런 순간들마다 나는 외로운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생각보다 나는 꽤 시간을 소중히 여겼던 것 같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들을 혼자서 보내는 게 안타까운 느낌. 그게 날 외롭게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나는 '여가시간 = 무조건 즐겁고 행복해야 하는 것 ' 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즐겁고 행복한 것은 혼자보다는 둘 이상이 함께해야한다고 자연스레 생각했다.


확실히 혼자보다는 둘이, 또는 여럿이서 함께할 때 직접적으로 행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보니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억울하게 느껴졌다. 다들 행복해보이는데 왜 나는 혼자 이렇게 있는 거지? 왜 더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데 굳이 잔잔하게 하루를 흘려보내야 하지? 하며 어떻게든 더 재밌게 시간을 보내려고 했고 그렇게 되지 않을 때마다 실망감에 더 외로워지고 우울해졌다.


사실 조금 더 즐겁게 보낸 하루던 혼자서 조용히 보낸 하루던 시간이 지나고 보면 결국 다 흘러간 날들이고 그냥 그런 보통날들이었을 뿐이다. 행복도 슬픔도 후회도 언젠간 지나가고 지나간 뒤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듯이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때로는 외롭게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그냥 좀 외롭게 보낸 날' 이었을 뿐이니 말이다. 구태어 하루하루에 큰 의미를 더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외로운 게 외롭지 않은 건 아니지만 뭐 어떡하랴. 그리 오래 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아보면 어차피 좋은 날보다는 힘든날이 더 많았다.


대부분의 불행 속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자그마한 행복을 찾는 게 인생이라면 두려워하지말고 불행을 받아들여야지.




기를 쓰고 사랑해야 하는 건 아냐
하루 정도는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럼에도 역시 완벽하군 나의 여인 um

-unlucky (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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