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합입니다

재검받으러 다시 오라는 마음의 불편함

by 준비된화살

벌써 2년이 지났나?

자동차검사하라는 문자가 왔다.

검사를 하라고 하니 괜스레 고장 난 곳은 없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쪼그라든다.




빛의 속도로 업무를 후다닥 마무리하고 문 닫을세라 부리나케 검사소에 도착했다. 차주 대기 장소에는 푹신하고 널찍한 1인용 팔걸이 소파가 6개씩 4줄로 TV를 바라보고 열 맞춰 있다.


오른쪽 벽면엔 영업용 아이스크림 냉장고가 있다. 난 별로 안좋아하는터라 자세히 훑지는 않았지만 얼핏 보기에 종류별로 꽉 차 있는 듯했다. 검사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자동차 검사소의 물리적 서비스는 참 좋다.




36도를 육박하는 이 날씨에 실내는 너무 시원하고 조용하며 안락하고 평온하기까지 하다. 한편으론 검사가 조금 늦게 끝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랜만에 여유 있게 깜빡 졸아보고도 싶었다.


검사가 다 끝나면 담당 기사는 두어 장의 결과지를 보여주며 간단명료하게 차주에게 결과를 통보한다. 자동차 검사를 하는 것은 어찌 됐든 그렇게 긴장감이 있다. 그동안 내 자동차가 안녕했나?라는 걸 객관적으로 검증받는 것 아닌가




사실 오늘 오기 전 검사결과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남편의 얘길 들어서 괜히 더 졸았는지도 모른다. 남편은 약 석 달 전 자동차검사를 받으러 갔었다.


결과는 부적합


이거, 저거 교체한 후 다시 재검받으라는 통보를 받았었다. 잔뜩 기분이 상해서 아는 카센터에 가서 그 결과를 말하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는 얘길 들었다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 잇속 챙기려는 속셈(?) 같다는 근거 없는 얘기도 했다. 그러나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남편의 차는 10년이 훌쩍 넘은 오래된 차였다. 더구나 차에 그다지 애정이 없고 관리되는 것 같지 않은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터

그러니 여기저기 고장 난 것이 많았으리라...




한 30분쯤 지났을까? 검사를 마친 깡마른 체구에 금테 안경을 쓴 검사소 기사가 내 차번호를 불렀다.

34**




차 번호가 불리기가 무섭게 반사적으로 재빠르게 앞으로 나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괜히 불편하다. 내 귀에도 다른 사람의 결과 여부가 들렸듯이 적당히 들리는 기사의 목소리에 나의 차량 결과도 들렸을 거다. 적합인지 부적합인지




푹신한 소파에 대여섯 명의 차주가 앉아있는데 다행히 모두 핸드폰을 보고 있다. TV속의 아나운서는 혼자 의미 없이 정확한 발음으로 뉴스룰 전하고 있다.


기사는 적합한 내용 등을 안내한 후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한마디를 했다.


후면 번호판의 점등작동이 안 되니 교체 후 재검받으세요

부적합입니다.




단호하기도 하다. 부적합이라는 단어가 영 불편했다. 시간을 또다시 내서 카센터에 들러 후면 번호판 전구를 갈아 끼운 후 다시 검사소를 들러야 한다는 것이 언짢았다.

아니 더 솔직히 얘기하면 한번 더 차량 검사소에 시간 맞춰 가야 한다는 귀찮니즘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겠나 카센터에 들렀다.

어차피 시간 내서 온 김에 타이어도 갈았다. 신발은 모양대로 그 쓰임새 대로 죄다 구입하면서 매일 타고 다니는 차의 타이어 구입에는 왜 그리 인색했던가 괜스레 미안해진다.




앞으로 2년 후엔 미리 단골 카센터에 들러 점검 후 검사하러 간다면 두 번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경험치 플러스다.


날씨가 더우니 2년 만에 한 번씩 하는 자동차 건강검진에 괜한 딴지를 걸어본다.


2년 동안 수고했다 내차!

고마워 그리고 고마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