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보일까? 늘 고민한다.
한번 보면 사실이 보이고 두 번 보면 숨은 언어가 보인다.
퇴근 후 집에 왔는데 남편이 씩씩 거리며
책과 서류를 쌓아놓은 책상을 열심히 뒤지고 있다.
뭘 그렇게 찾느냐고 물으니 지난해 강의했던
요역정리 노트랑 교재를 찾는데
영 보이지 않는다며 걱정이 하나 가득이다.
“아...... 어디 갔지? “
걱정의 반은 예전에 한번 했던 요약정리 노트를 믿고
거드름을 피우고 있었는데 다시 공부할 생각 하니 초초함과 짜증이 나
스스로를 탓하는 모양새고
나머지 반은 교재와 노트가 없어진걸 보니
분명 버리기 좋아하는 당신이 버린 거 아니냐 하는 의심이다.
결국 남편은 노트를 찾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당장 다시 요약정리하고 내 언어로 소화하여 가르칠 수 있을까...
벌써 이번 주부터 시작인데...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남편은 교회에서 제자반(입문반)을 담당하여
3월부터 공부를 가르치는데 하필 시작 일주일 전,
당연히 있으려니... 하고 생각했던 나름의
족보(?)가 사라지는 쓰디쓴 맛을 보게 되었다.
성경이라는 것이 보고 봐도 어렵고 절대 쉬운 것이 아니기에
아마도 긴장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위로한답시고
그냥 작년에 했던 거 그대로 보고 하면 타성에 젖어서
대충 할까 봐 하나님이 한 번 더 보고 또 보고
꼼꼼하게 가르치라고 주신 기회인가 보네라며 히죽 거렸다.
남편은 불 난 집에 부채질하냐는 듯 눈을 한번 힐끗하더니
대답이 없다.
며칠 후 저녁을 먹고 주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혼잣말로 신기하다며 중얼거린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작년 제자반 가르칠 때는 분명 안 보이던 새로운 내용과 글들이
희한하게 보이더란다.
어디 우리 남편뿐이랴
한 번 읽으면 활자로 되어진 사실이 보이지만
두 번 보고 세 번 보면 숨겨진 언어,
숨겨진 속뜻이 보이는 것을...
우리 인생사도 마찬가지다.
심리학자 알버트 멜라비안은 단 몇 초 만의 첫인상을 통해
신뢰 가는 이미지 55%가 이미 결정된다고 한다.
외형, 표정이나 태도 몸짓에 따른 시각적인 요소가
한 사람을 신뢰 또는 불신하는 것이 정해진다고 하니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란 것이 어찌 첫인상으로만
정해지던가 그렇게 믿었던 사람이
뒤도 안 돌아보고 배신하는 것을 겪어본 사람은
아마도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에
표를 주지 않을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 번만 겪으면 시각적으로 보이는 사실만 보이기에
그것에서 벗어나기 어려운데
두 번 세 번 겪으면 그때 안 보이던 깊숙한 내면이 보인다.
더 면밀히 보고 또 보고 자세히 보면 안 보였던
알토란 같은 사실이 보일 수도 있다.
행여나 사람을 가볍게 첫인상으로 판단함으로 인해
보석 같은 속사람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오늘도 또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며
그 사람의 내면을 보려고
용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