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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화살 Aug 24. 2023

28년 만에 7호선 지하철 타고 논현동 가기

 익숙하지 않아 두려워하는 아줌마 주의

"우리 하철 타고 가자"


오늘은 콘텐츠 강의를 들으러

논현동에 가기로 했다.




친구 원장이 강의장까지 지하철로 가잔다.

나는 95년에 경기도로 시집와

곳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자연스레 행동반경이

최대 30분 이내가 고작이었다.

그렇게 28년을 살았다.




서울 여자로 살아온 시간

 26년


경기도 여자로 살아온 시간

 28년


강남구에서 오랜 시간을 살았지만

주거지를 옮기고부터

지하철 탈 일은 더더욱 없었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주로 자차를 이용했고,

직장에서 동료와 함께 업무차 이동할 때는

버스를 대절하여 우르르 움직이기도 했다.

지인의 결혼식이라도 갈라치면

남편과 함께 동승하거나

친구의 자동차에 꼽사리 꼈다.


분명 지하철을 이용하여 학교를 다니고,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던 시절이 있었건만


지하철을 이용하여 교육 들으러 가자는

친구의 말에 길 잃은 아이 마냥

머리가 멍 해지고 눈의 초점이 흔들렸다.


어디서
어떻게
뭘 가지고 타야 하지?


친구는 하얀 운동화에

넉넉한 품이 있어 편해 보이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클로즈백을 단단히 매고 나타났다.


사실은 어제 지하철을 타고 가자는 말에

절충점을 찾았다.


자차로 강남고속버스터미널까지 가서

뉴코아백화점 앞 **안경점 라인에

주차를 한 후 지하철로 강의장인

강남구청역(논현동)으로 가기로!




교육 주최 측에선 강의장 근처엔

절대! 네버!

주차 공간이 없다고

단단히 공지를 하였기에

그렇게 차선책을 선택하기로 했다.


주차를 하고 강남지하상가에서

간단한 쇼핑을 했다.

강남 지하상가는 올 때마다 재밌다.

가격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싸고

물건도 트렌디하다.

그리고 찾아오는 연령대로 다양하다.

또 웬만한 멋쟁이는 다 모인 듯!




한참 정신을 놓고 쇼핑을 했다.

검은색 티에 어울릴법한 목걸이와

옥빛 목걸이를 골라

계산하려는데...


아뿔싸

 

지갑이 없다.

우리 아들이 몇 해 전

생일선물로 사준

검은색 지갑


.

.

.


그 짧은 순간, 뒷목이 서늘해지더니

싸한 느낌이 스치고 지나갔다.


좀 전

유난히 시끄럽게 소리 내며

나를 툭 치고 지나간

그 두 명의 여자!

그 여자가 분명하다.




지하철 타러 가기 전, 

쇼핑을 하기 위해 찾아둔

현금 15만 원과(강남지하상가는

현금으로 면 더 저렴하다.)


법인체크카드가 생각나 아찔했다.

현금이야 그렇다 치고,

법인카드는...

! 다시 재발급받아야 하나?


얼굴이 노래져

열심히 뭔가 찾는  날 보더니

왜 그러냐며 묻는다.

나도 모르게 손이 미세하게 바르르 떨렸다. 




얘기를 듣고 놀라는 친구를 보니,  

오랜만의 흥미로운 교육에 대한 기대가 

반감될까 싶어 마음이 쓰였다.

애써 쿨한 척, 

지하철 탑승을 재촉했다.




나의 머리는 짧은 시간

빠르게 회전하며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조심했어야 했는데...


고속터미널에 한두 번 온 것도 아니고

지갑을 단단히 챙겼어야지...


오죽했으면 예부터 서울은

눈 뜬 놈 코도 베어 간다는 말을 했을까



 

지하철을 타고 강남구청역까지 가는 동안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만

,

그 두 명의 여자가 자꾸 생각났다.


정말 못된 사람들 같으니...





그렇게 교육을 다 듣고,

이런저런 평을 미주알고주알 나누며

고속터미널역으로 되돌아갔다.

7호선 지하철을 놓칠세라

안내판을 열심히 보면서...

그렇게 뉴코아백화점 앞

 **안경점에 주차되어 있는 차를 보니

반가움이 앞서 우리도 모르게

'아이고 좋다'는 말이 한숨처럼 나왔다.




차에 시동을 걸고

핸드브레이크를 내리려는데...


어머나!


분홍색 하트 모양이 가운데 콕 박힌

검은색 지갑이

운전석 옆 핸드브레이크 사이에

세로로 비스듬히 끼어 있다.


.


.


.



아 맞다!

톨게이트 앞 주유소에서 주유 후

의자옆에 던져 놓았다.



 

갑자기

모든 긴장된 근육이 스르르 풀렸다.


이유도 모른 채

내게 욕먹

이름 모를

두 명의 여자가

생각났다.


뾰족하게만 바라본

서울에게

너무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사과해야겠다.


28년 만에

7호선 지하철탄 아줌마라

익숙하지 않아 긴장해서 그랬다고,

그래서 덜컥 의심해 버렸다고





또 나는 배운다

남을 의심하기 전에 나나 잘하자!


엄마는 항상 그랬다.

돈을 잃어버린 건
잃어버린 사람 잘못이라고
간수를 잘 못한 것이 그 첫째 이유고
그로 인해 주위 사람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 둘째 이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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